무인점포 자동판매기, 돈버는 재미도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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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사업은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 주부들의 부업으로 안성맞춤. 게다가 수입이 현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바로 돈버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투자비용도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주부들에게 들어본 자판기 사업으로 돈을 버는 이야기

> 나도 돈을 번다!

5년 전 자판기 사업을 시작한 이영희 주부. 15년 동안 운영하던 가구점을 정리하고 시작한 것이 자판기 사업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자판기는 모두 32대. 그 중 한 건물에 있는 자판기는 그가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 자판기는 사람을 두고 관리한다.

자판기 사업을 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뭐니뭐니 해도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 가구점을 할 때는 뭐 하나를 배우려고 해도 시간에 쫓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판기 관리에 필요한 시간은 하루에 고작 3∼4시간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가한 오전 시간을 이용해 볼링도 배우고, 문화센터도 다닌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자판기 사업을 시작한 건 정말 잘한 거 같다. 수입도 이전보다 훨씬 낫고, 여유로운 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 계기

96년 15년째 운영하던 가구점 운영에 문제가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IMF를 앞두고 나타난 전조증상이었던 거 같다.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점포 임대료를 내는 것마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즈음 자판기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판기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 평소 그 친구가 하던 사업 내용을 듣고 있었고, 그가 믿고 지내던 이였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렸다.

바로 가게를 정리하고, 점포를 정리한 다음날로 자판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처음부터 수입이 좋았다. 언론사 건물에 들어갔기에 우선 장소가 좋았다. 수입도 안정적이고 관리도 편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을 3년 전 크게 늘렸다. 자판기를 더 구입한 것. 혼자서는 관리하기가 버거워 사람까지 썼다.

> 창업 비용

중고와 새 제품을 합해 15대를 3천만원에 샀다. 보통 커피 자판기의 가격은 새 것일 경우 3백∼4백만원, 중고일 경우는 그 반 정도의 가격이다. 음료 자판기의 경우는 음료 회사에서 무료로 대여해준다.

자판기 운영업체를 통하면 자판기 구입에서부터 장소, AS 등 일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런 업체들은 대부분 자판기에 들어가는 커피 재료 등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장소나 AS 등의 도움을 준다.

> 처음엔

처음부터 자판기 사업에 적응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 가구점을 운영하면서 만진 돈은 수표나 지폐. 하지만 자판기 사업은 동전을 버는 장사다. 처음 자판기에서 동전을 꺼내 집에 온 날의 기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이 비참했다. 백원짜리, 오십원짜리 동전을 세며 든 생각은 한 가지였다. 정말 이렇게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하지만 그 마음은 한 달 결산 후 달라졌다. 동전이 모여, 한 달에 몇 백만원이 되는 걸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동전도 모으면 목돈이 되는 구나. 그동안 가볍게만 보았던 동전이 새삼 달라보였다. 사실 그동안은 1~2백원은 돈으로도 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때부터 동전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안 좋은 점도 생겼다. 자신이 좀 짜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1백원짜리 동전 하나도 계산하는 게 습관되었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한 마디로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 수입

자판기 관리는 주로 매일 커피 재료나 음료를 보충해주는 일과 기계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3∼4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은 월 1천만원 정도. 자판기 32대를 운영하며 나온 순수입이다. 원래 수입에서 재료비 1천5백만원, 관리직원 임금 1백20만원, 장소 수수료를 뺀 금액.

장소 수수료는 보통 판매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편차가 심해 한마디로 얼마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어떤 곳은 커피 한 잔에 10원꼴이고, 또 어떤 곳은 70원까지 되는 곳도 있다. 잘 안 팔리는 곳은 수수료가 싸고, 잘 팔리는 곳은 수수료가 비싸다.

수입은 별로 편차가 없는 편이다. 커피 자판기와 커피 자판기를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커피가 잘 팔리고, 여름에는 음료가 잘 팔린다.

> 어려운 점

기계에 적응하는 데 힘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기계라고 하면 겁부터 났다. 동전 하나만 걸려도, AS를 요청했다. 회사에서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발만 동동 구르면서 말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기계에 익숙해졌다. 요새는 간단한 기계 고장은 스스로 고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업을 시작한 후 꽤 시간이 지났을 때도 재료가 나오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조차 할 줄 몰라 회사에서 사람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물론 회사에선 사람을 보내준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기본적인 기계 작동이나 고장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회사에서 자판기가 있는 곳까지 가는 1시간 안쪽의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 없기 때문이다.

> 이 일의 매력

제일 큰 매력은 현금장사라는 점이다. 외상거래가 절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팔면 판 만큼 수익이 생긴다. 또 일하는 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종일 매달려서 일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정 살림이나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도 할 수 있다.

또 일을 하는 시간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오전이 좋으면 오전에, 오후가 편하면 오후에 일을 하면 된다.

> 노하우

자판기의 생명은 청결이다. 재료 등을 넣을 때 자신있게 문을 활짝 열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청결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매일 재료를 넣을 때 근처를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2∼3일에 한 번 하는 기계 대청소가 편해지고 시간도 적게 든다.

또 나름으로 사람관리도 해야 된다. 특히 건물에서 청소하는 사람들과는 친해둘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커피를 흘릴 경우도 있고, 컵을 아무 곳에나 버리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청소하는 사람들은 자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 주인도. 그래도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열심히 인사하고 커피라도 한 잔씩 뽑아주면 나중에 타박이 줄어든다. 물론 자판기 주변도 조금은 더 신경써서 청소해주고.

> 도움말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자판기는 아무 때나 살 수 있다. 하지만 자판기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다. 좋은 장소가 아무 때나 나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 자리가 마련되면, 바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이때 자리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일부 회사에선 판매량 등을 속이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는 크게 벌이지 말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금으로만 하는 것이 좋다. 사업에서는 운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주 괜찮은 회사 건물을 장소로 잡았다고 하자. 하지만 그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해 망할 수 있다. 그러면 자판기 사업도 함께 망하게 된다.

조금 작게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사업을 키울 기회는 많음으로 처음부터 조급할 필요가 없다.

>>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 기계 구입시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
일부 업체에서는 판매 후 사후 관리를 해주지 않는다. 이 경우 직접 부품을 구입해 수리해야 하는데 기계 조작이 서투른 초보자들에게는 힘겨운 일이다. 또 여러 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AS가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자판기를 구입할 때 꼭 AS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싼 가격에 기계를 준다는 곳이 있어도 AS가 되지 않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기계를 구입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 장소 선정시, 판매량은 직접 확인
판매업체들이 설치 장소를 소개할 때, 하루 판매량을 과대포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문에 시간과 다리품을 들이더라도 꼭 설치 예정 장소에 가서 얼마 정도의 사람들이 모이는지, 근처에 있는 자판기의 하루 판매량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계약서를 살필 때는 꼼꼼히
자판기를 살 때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판기가 설치될 장소에 대해 건물주와 맺은 계약기간 및 전기, 수도요금납부, 영업 승낙 여부 등이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 사업시 관리는 철저하게
자동판매기 사업은 무엇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내부뿐만 아니라 외관의 청결도 신경을 써야 한다. 똑같은 커피 자동판매기의 경우라도 외관이 깔끔하고 생수를 쓴다거나 하는 차별화 전략을 시도한다면 수익성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자동판매기 사업자라면 자판기의 운영과 부품 교환 등 기초 상식을 필수적으로 알아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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