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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밤도둑처럼 온다더니 북한 전문가는 안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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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북한이 아무리를 통제를 해도 최근 일부 북한 주민들이 외부와 접촉하는 수단이 늘고 있어 김정은이 이같은 변화상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후계체제의 안정성이 좌우될 것이다.”

 최근 북한연구학회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고유환(54·사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렇게 전망했다.

 고 교수는 1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 휴대전화가 80만 대 이상 보급되고 비디오·CD·USB 등을 통해 남한 영화·드라마도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북한 체제의 밑바닥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젊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회장 선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1년 간 연구생활을 한 고 교수는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과 종북(從北)은 다르다”며 열린 시각에서의 대북 연구와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남북관계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고 교수는 “한국 대선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의 권력교체가 있고 북한도 후계자 김정은 체제의 가동 문제가 있어 정세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고 했다. 고 교수는 “당장은 정상회담 가능성이 낮다”며 “류우익 통일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라인을 포함해 남북관계 채널을 복원해야 정상회담의 수순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는 북한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일이 밤도둑처럼 올지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차세대 북한 전문가 양성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며 일부 대학의 북한학과 폐지 움직임을 경계했다. 그는 “정부가 통일비용 같은 대책 마련을 강조하면서 북한연구 지원에는 소홀한 것 같다”며 “전문가로서 꿈을 키워가는 북한학과 학생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도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지원하는 뜻에서 북한학과 출신들에게 문호를 열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가 몸담고 있는 동국대 북한학과는 1994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최근 폐지 논란이 일다 학생 등의 반발로 정원 19명을 16명으로 줄이는 선에서 일단 봉합됐다. 한편 고 교수가 이끌 북한연구학회는 1996년 12월 창립된 국내 최대규모의 북한연구 모임이다. 500여 명 회원 대부분이 교수·전문가 다. 고 교수는 북한연구학회에 대해 “북한학이 학문으로서 정립되지 못하던 시점에 출범해 이제는 정치·군사 등 정통 북한연구의 범주에서 사회·예술 쪽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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