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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번역에 푹 빠져 지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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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김만중이 쓴 구운몽(九雲夢)은 인간 내면세계의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훌륭한 작품입니다."

자료수집차 지난달 말 방한한 이탈리아의 한국학 전문가인 마우리치오 리오토(41)나폴리대 교수는 요즘 구운몽에 푹 빠져 지낸다.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리오토 교수는 구운몽이 서유기(西遊記)같은 중국의 고대 문학작품보다 훨씬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고 강조한다.

거대한 스케일을 배경으로 하는 중국 작품에 비해 마르셀 프루스트 유의 '신비감' 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이어 "지금이 유럽에 한국문학을 소개할 가장 좋은 기회" 라고 강조한다. 유럽에는 1970년대에 인도붐이 한창 불어닥쳤고 80년대에는 중국과 일본 문화가 집중적으로 소개됐으나 현재는 지식인 사회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칠리아 출신인 리오토 교수가 한국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85년. 어렸을 때부터 동양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문교부 장학금을 받게 되자 곧장 한국으로 향했다.

그 후 5년간 서울대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면서 고고미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간 뒤 90년 나폴리 대학에 한국어과를 설치하고 한국 문학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가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번역한 작품은 이문열의〈금시조〉와 김승옥의 〈무진기행〉등을 포함, 10여권에 달한다.

그는 "자료 부족이 한국학 연구의 최대 애로 사항" 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25명 가량 한국학을 전공한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아직 한국에 대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그는 "한국 관련 논문.책자.한국어 테이프 등을 보내줄 후원자를 찾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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