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사 중심 〈출판인회의〉법인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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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의 양극화 조짐인가, 아니면 지식사회 환경 변화에 걸맞는 능동적인 자기 변신의 징후로 봐야할 것인가.

단행본 중심 3백여개 출판사들 사이의 임의단체로 활동해온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 한길사대표)가 최근 정보통신부 산하 사단법인체로 설립허가를 받은 것과 관련 다양한 관측이 출판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앞으로 기존 비(非) 단행본 중심의 출판사들이 모인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나춘호 예림당대표)와 이원(二元)체제를 유지하면서 '출판계의 복수 단체시대' 내지 경쟁시대를 열게 됐기 때문이다.

김언호 회장은 지난달 31일 낮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은 한국출판인회의의 공식 명칭을 '사단법인 지식정보화사회 구현을 위한 한국출판인회의' 로 하겠다면서, 앞으로 인터넷 시대에 부응해 고급 콘텐츠를 가공, 생산하는 정보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인회의는 1998년 11월 출판 시장의 불황을 타개하고 정보화 사회에서 새 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 아래 결성된 단체로, 문화관광부로부터 '단체의 중복 등록 설립 불가' 입장에 따라 그동안 임의 단체로 활동해 왔다.

김회장은 "어느 정부 부처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는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문화부가 아닌 정통부와 손잡고 일하게 된 것은 정보화 시대의 추세에 걸 맞는 변화" 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향후 출판인회의를 활동방향을 ▶미래 콘텐츠산업의 중심역할 담당 ▶출판업의 사회적 의무중 핵심인 '정보복지' 를 위한 노력^조직력과 실천력을 갖춘 조직으로 출판현실의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등을 꼽았다.

또 정책기획위 출판정보위 독서진흥위등 7개위원회 1개국으로 구성된 출판인회의의 내부조직과 책임자를 발표, 출판인회의가 사실상 출협과의 이원체제 내지 경쟁체제로 돌입했음을 암시했다.

김회장은 "출판인회의가 임의단체에서 법적 단체로 거듭 태어난 만큼 앞으로 고급 지식정보산업으로서의 출판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자책(e-book) 활성화와 출판 유통시장의 현대화 등 현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출판인회의의 이런 행보는 상당수 단행본 출판사들이 기존 출협에 대해 가져온 불신감을 암시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지난 국제통화기금 사태 전후 서적도매점의 연쇄부도 사태와 관련해 출협에서 여하한의 능동적인 조처를 취하지 못함에 따라 상당한 불신이 증폭돼 왔다.

출판인회의는 우선 입법 추진중인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정 사업을 주도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지식 정보산업의 모법(母法)으로 키워나가는 한편 다음달 하순부터 회원사들이 공동설립한 인터넷 전자책 업체 '북토피아' 의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밖에 지난해 4월 시작한 '이달의 책' 선정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전문 교육기관인 한국출판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출판인 교육에 힘쓰기로 했다.

결국 이번 출판계의 복수 단체 시대 개막은 변화하는 출판계의 발전에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측면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김언호 회장이 언급한 '정보복지' 라는 어휘는 출판인회의 소속 회원사들의 시대를 읽는 안목과 의지를 읽게 해준다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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