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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가상도시, 불가능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아바타(분신)로 할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옷이나 신발을 사는 것은 기본. 미용ㅇ실에 가서 머리 모양을 바꿀 수도 있고, 심지어는 성형수술도 시킬 수 있다. 현실에서는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 모두 가능하다.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 유인

본격적인 휴가철!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게 됐는데…. 공항에서 길이나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 안내 책자를 닳도록 읽어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아! 미리 한 번 가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3D로 만들어진 가상현실에 접속하면, 내가 도착할 공항뿐 아니라 관광할 거리, 숙소까지 미리 보는 일이 가능하다. 지난 해 말부터 속속 등장한 가상 도시 사이트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3D를 이용한 가상공간의 응용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이미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외에도 건축을 비롯 관광, 교육, 전시, 쇼핑, 광고, 3D채팅, 국방, 의료 등 사회 전 분야와 인터넷 비즈니스에 적용이 가능하다.

건축의 경우,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모델 하우스를 웹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는 현대산업개발(http://www.hyundai-dvp.com), 두산건설(http://www.dsland.co.kr) 등 많은 건설 업체에서 도입하고 있다. 방배 한화아파트(http://www.hanwhapt.co.kr)의 사이버 모델 하우스의 경우 3D로 만들어진 화면이 파노라마로 흐르면서 실내 구조를 보여주는데, 마우스를 이용해서 당겨보거나, 보고 싶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고소공포증 환자는 가상 현실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적응 훈련을 하고, 학생들은 책 대신 3차원 과학 실험 과정을 보는 것으로 예습을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가상 공간에는 특수한 기구를 착용하고 직접 사이버 세계 속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는 ‘몰입형’과 PC 속에 3차원 세계를 구성하고 아바타(avatar) 등을 이용해 경험하는 ‘데스크탑 가상현실’이 있다. 현재 다다월즈(http://www.dadaworlds.com), 조이시티(http://www.joycity.com) 등 국내 웹사이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은 특별한 기구 없이 웹 상에서 실현된 데스크탑 가상 현실이다.

지난 해 9월 오픈한 다다월즈는 아바타를 이용한 3차원 쇼핑몰이다. 다다월즈 마케팅팀 정승연씨는 다다월즈가 일종의 건축설계 사무소라고 설명한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건물을 지어주고 홈페이지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합니다. 그 외 운영은 각 건물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어집니다.”

현재 다다월즈 내에는 삼성증권, 영풍문고, 서울지방경찰청 등이 입점해 있다.

다다월즈가 현실의 세계를 인터넷 안에 그대로 옮겨놓았다면 조이시티는 가상공간 안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 조이시티를 만든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레드문 등의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업체이기 때문에 오락 측면이 강하다. 조이시티 시민이 되면, 애완동물(조이몬)을 키우거나 자기 방을 꾸밀 수 있다. 또 사이버 머니를 이용한 쇼핑은 물론 자기 가게를 내는 일도 가능하다. 아바타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하다. 옷이나 신발을 사는 것은 기본이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 모양을 바꿀 수 있고, 심지어는 성형수술도 시킬 수 있다. 현실에서는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 모두 가능하다.

내려받기, 접속 속도 해결이 과제

지난 4월 오픈한 뒤 지금까지 회원 수는 1만명 정도. 하지만 조이시티 강준욱 실장은 “아직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연말까지 1백만 회원을 확보할 것”이라 장담한다. 이를 위해 8월부터 오프라인 협력업체들과 함께 조이시티 CD 배포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웹 속의 가상공간은 환상의 공간이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능 외에 대안적인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다. 10월에 오픈할 예정으로 준비되고 있는 이화여대 앞 가상 거리 만들기 프로젝트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온 학교 앞 상업문화에 대한 대안적인 의미로 가상 거리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빽빽히 들어선 상가 대신 문화공간이나 공원 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앞은 어떤 것인지를 눈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사이버 도시 운영자들에게는 고민이 많다. ‘3차원 기술이 대세’라는 믿음이 있지만, 실제 사용자 수는 아직 내놓을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동시 접속자 수가 1백명을 넘는 사이트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용자들은 다른 가상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그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야 하는데다 아직 3차원 아바타 사용에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해 한다. 특히 접속 속도는 가상 공간에 들어가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전화선을 이용하는 접속자들은 거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업체 쪽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 무료 CD 배포나 사이트 내 건축물 무료 설치 등을 통해 회원 수를 늘릴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암울하다고 미래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통신 프리텔의 ‘나Na’와 LG텔레콤의 ‘카이Kahi’ 등 N세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이동통신 브랜드의 사이트에는 ‘가상 현실’ 코너들이 빠지지 않는다. ‘카이’(http://www.kahi.co.kr)의 ‘버츄얼 압구정’, ‘나’(http://na.n016.com)의 ‘나크로스’는 모두 게임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도록 Scol 엔진을 자동으로 내려받는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한다.

젊음을 잡기에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채팅으로 만들어지는 2D 커뮤니티는 역부족일까?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민 아바타로 압구정동의 멋드러진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3D 커뮤니티의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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