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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도 못 빌리는 대출직거래장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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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신정동에서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41)씨는 최근 대출직거래를 통해 300만원을 대출받으려다 실패했다. 이자를 많게는 5%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말에 어렵게 인터넷에서 대부금융협회에서 운영하는 ‘대출직거래장터’를 찾았다. 연 20% 후반의 금리를 제시한 몇 개 업체에 신청서를 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그나마 대출해 준다는 곳에서는 법정 최고금리(연 39%)에 가까운 금리를 제시했다. 이씨는 “몇 만원 아껴 보려다 시간만 낭비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대출직거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민의 대출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인터넷에 문을 연 대출직거래장터의 실적이 기대를 훨씬 밑돌고 있다.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여신금융협회가 운영하는 대출직거래장터를 찾은 사람은 458명. 그중 실제로 대출을 받아간 사람은 23명뿐이다. 한 달에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두 달 전 시작한 대부업체의 직거래장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대출을 받아간 사람이 10명”이라며 “ 신청자가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금감원은 서민층의 금융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의욕적으로 대출직거래센터 설치를 추진했다. 할부금융·저축은행·대부업체의 모집인을 거치지 않을 경우 대출금리를 2~3%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실제 운영 실적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대출직거래장터의 문제는 먼저 장터의 ‘상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대부업체의 대출승인율은 보통 10%를 넘어선다. 하지만 직거래장터에서는 절반 수준인 5% 아래에 머물고 있다. 한 캐피털업체 관계자는 “대출을 신청하는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신용등급이 낮아 아예 대출조차 어려운 수준”이라 고 설명했다. 대출금리가 기존 상품과 다를 게 없다 보니 장터를 찾는 손님의 발길도 점차 뜸해질 수밖에 없다. 양일남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팀장은 이에 대해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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