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공조 인력 빼가기 못 참겠다” 중소업체, 사업 확장 대기업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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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형 빌딩의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관리하는 중앙냉동공조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핵심 인력 유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냉동공조 분야 중소기업인 신성엔지니어링은 9일 LG전자를 상대로 기술력과 영업력을 갖춘 핵심 인력을 빼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LG전자가 기술영업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 12명을 빼내가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봤다”며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최근에도 기술자 빼내가기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기업들에 수차례 부당 채용을 자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지만 단 한 차례의 회신이나 답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경력사원을 채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력사원으로 입사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채용 절차를 안내하기 위해 e-메일을 보내긴 했지만 불법으로 접촉해 이직 권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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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엔지니어링 외에도 센츄리·범양에서도 최근 경력이 5년 이상 된 영업·기술 인력 10여 명이 LG전자나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이직했다. 이들은 대기업 인사 담당자로부터 e-메일이나 전화로 채용 절차와 면접 날짜 등을 설명받고 회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기업으로 이직한 한 중소기업 직원은 냉동공조의 설계도면과 설치 자료 등을 들고 나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면 일시금으로 약 2000만~3000만원을 받고 연봉도 1.5배 정도 더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력 빼가기 논란은 서로 각각 장악하고 있던 시스템에어컨과 냉동공조 시장이 갈수록 통합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대기업들이 개별 사무실이나 좁은 공간에 설치하던 시스템에어컨을 앞세워 대형 빌딩의 냉난방 사업인 중앙냉동공조로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와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공조시스템 업체를 인수하거나 조직을 확대해 초대형 빌딩과 백화점 등의 중앙냉동공조 분야에 뛰어들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앙냉동공조시장은 그동안 360여 개 중소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며 “갑자기 나타난 골리앗이 골목대장을 하겠다며 다윗들의 핵심 인력을 빼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10월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중앙냉동공조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인지를 논의해왔으며 이르면 이번 주 중 결과를 발표한다.

장정훈 기자

◆중앙냉동공조=대형 에어컨이나 난방기를 통해 빌딩이나 공장의 실내 온도와 습도 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사무실이나 공장의 작업 환경을 인체에 맞게 쾌적하게 조절하는 중앙냉동공조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의 현장 실무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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