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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5개월 만에 박근혜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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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결국 물러났다. 지난 7월 4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뽑힌 지 5개월 만이다. 그의 사퇴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박 전 대표가 연내 전면에 등장할 경우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5년5개월여 만에 ‘귀환’하는 셈이다. 현재로선 비상대책위원회나 내년 4월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재창당위원회 등 당 비상기구를 책임지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여권의 다른 대권 주자들과 전당대회를 치르는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전날까지 당 쇄신안을 발표하며 승부수를 띄웠던 홍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집권 여당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 정리를 한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내 뜻이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걸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 나를 일부에서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며 “당원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가 사퇴를 결정한 데엔 황우여 원내대표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초 8일 오후로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에 황 원내대표가 불참할 것이란 소식이 발단이 됐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그와 뜻을 같이할 방침이었다. 9명의 최고위원 중 유승민 의원 등 3명의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나경원 최고위원도 회의에 나오지 않고 있어 황 원내대표까지 불참하면 자신이 준비한 당 쇄신안 의결이 불가능해진다. 당초 황 원내대표는 홍 대표의 거취를 논의했던 7일 의원총회에선 ‘홍준표 체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8일엔 홍준표 체제 유지에 부정적인 기류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당초 홍 대표 거취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황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는 것은 박 전 대표의 뜻을 읽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쇄신파 의원도 “황 원내대표에게 쇄신파 의원들이 회의에 나가선 안 된다고 요구했고, ‘이대로는 안 된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박 전 대표의 의중도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홍 대표의 사퇴로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복귀는 불가피해졌다. 복귀 방식은 현재로선 민본21 등 쇄신그룹이 요구한 대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하다. 황 원내대표는 “가능한한 빨리 박 전 대표에게 (당권을) 넘기려고 한다. 며칠 내 비대위원장을 뽑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하기 위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칩거 중인 나경원 최고위원에게 ‘다음 주 최고위를 주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까지 최고위원 9명 중 4명이 사퇴해 나 최고위원이 나와줘야 비대위 구성이 가능해서다. 홍사덕 의원은 “월요일(12일) 정몽준 의원 등 3선 이상 중진의원 조찬 모임을 갖고 ‘박 전 대표에게 나서달라’고 건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경우 차기 주자들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9일 한 보수시민단체 출범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비대위 대신 당 바깥 인사가 중심이 된 비상국민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신용호·정효식 기자

한나라 홍준표, 황우여 최고위 불참하자 대표 사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유력
홍사덕 “12일 중진 모여 건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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