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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실버공학·산업 정부차원 육성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엔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7% 이상일 경우 ''고령화사회'' 로, 15% 이상일 때는 ''고령사회'' 로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7월 1일 현재 7.1%라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고령화사회의 양태는 매우 다양하다. 대가족 제도가 붕괴되고 핵가족화가 이뤄져 전통적인 부양의식이 감퇴한데다 여성의 사회참여 욕구가 증대하면서 노인 단독세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단독세대는 전체의 36%에 이른다.

한편으론 그동안의 사회.경제적 성장과 연금제도의 도입 등으로 인해 실버계층의 소득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자연히 실버계층은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며 ''평생 현역'' 으로 의식을 전환하고 있다.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겠다는 실버계층이 68%에 이른다는 최근의 한 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세계가 점차 고령화사회로 변화할수록 의료복지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도 늘어나 국가 전체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게 마련이다.

때문에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버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실버공학이란 실버계층에게 독립적인 일상생활의 활동권(Independent activity of daily living.IADL)을 확보케 함으로써 삶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복지.의료.공학을 연계시킨 첨단 고부가가치 공공기술이다.

이미 선진 유럽에서는 실버계층의 일상생활을 증진시키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장수공학'' (Gerontechnology)이란 용어를 탄생시켰으며 이와 연관된 연구와 산업분야를 기계.정보.전자.화공.건축 및 의공학 분야로 규정하고 있다.

반도체산업과 정보산업 등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연구분야가 복합된 기술인 실버공학에 정부가 서둘러 투자를 해야 함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실버공학에 대한 관심과 발전속도는 미미한 수준인 것 같다.

당장 국내 의료업계를 보더라도 의료기자재 분야와 관련한 업계가 매우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많은 의료기자재 및 장비를 고가로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고 있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21세기 산업의 대표 주자격인 실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다가오는 고령사회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공공성이 짙은 이 분야의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연구개발을 주도해 상품화의 전 단계인 시제품 제작까지를 주도하고 이를 민간기업이 전수받아 시장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변하는 기술개발 주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에 착수해 실버공학 분야에서 만큼은 기술종속국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임용택 <한국과학기술평가원 기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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