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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도 목사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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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터 하자. 신간〈이 밥 먹고 밥이 되어〉를 읽으며 기자는 앞으로 최일도(45)목사를 괄목상대하기로 했다.

서울 청량리의 속칭 588번지에서 무의탁 노인과 걸인들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이 젊은 목사를 우습게 보지 말자고 다짐했다. 책에서 가늠되는 최목사의 신앙과 내공은 결코 간단한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 당나라 선불교의 고수끼리 나누는 선문답이 아닌가 싶어 움찔했던 귀절이다.

특히 일상성을 추구했던 마조(馬祖)의 선풍(禪風)이 이 아닌가. 최목사가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리어카를 밀며 시장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웬 여성 기독교인이 길을 막고 물었다.

"아저씨, 구원 받았는지 당신은 확신합니까?" 하도 엉겹결이고 엉뚱한 질문이어서 최목사가 되물었다.

"질문을 바꿔서 물어봐 주실래요? 도대체 구원이 무어냐고 말이죠" 뜨악한 표정의 그 여성이 되물었다.

"구원이 무엇인가요. " 최목사가 대답했다.

"십원에서 일원이 모자란 것이 바로 구원입니다. 자매님 저는 바빠서 이만 갑니다."

〈이 밥 먹고 밥이 되어〉는 그의 강연을 모아 재편집한 책. 책에 구수한 입말이 살아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최목사가 밝힌 앞의 선문답 일화는 '입으로만 예수를 찾지 말라' 는 메시지를 우스개삼아 던지고 있으나 삶의 현장에서 건져올린 최목사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케 한다.

본디 깨침이란 구구한 논리가 아니라 화석화된 먹물을 깨는 번개 같은 순간이 아니던가.

이번 신간을 펴낸 이유는 '사랑의 빚' 을 갚기 위한 것이라고 최목사는 밝히고 있다.

무려 70만권이나 팔린〈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후 대중적인 강연스타로 떠올라 일주일에 100건이 넘는 초청을 받았던 그가 미처 응하지 못했던 단체와 사람들에게 단행본의 방식으로 메세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최목사는 6년전 책을 펴낸 이후 30억원을 출자한 '사회복지법인 밥퍼' 를 설립했고, 이제는 북한과 제3세계 의 가난한 이웃을 살피고 있다.

책 판매 인세 수입 3억원은 다일공동체와 북한지역에 보내졌다고 한다. 강연의 구수함이 녹아있는 신간은 매우 재미있게 읽힌다.

벙어리 삼룡이 아저씨등 588번지 일대에서 만난 우리 이웃들과 최목사가 얼크러설크러지는 과정이 정겹게 회고되고, 신학대 시절이후 자신의 성장과정에 대한 자기고백이 빛난다.

본디 신학생 시절에는 '못말리는 경건주의자' 였던 자기가 어느날 갑자기 깨침을 얻고 삶과 일치된 신앙, '섬김' 의 신앙을 개척하게 된 고백 등도 설득력이 크다.

"하나님 앞의 참된 경건은 고아와 과부를 환란중에 돌보아 주고, 자기를 지켜서 세속에 물들지 않음이라" 야고보서1장의 이 귀절이 바로 대학생 시절의 자신이 '입으로만 경건한' 바리새인에서 벗어나게 되는 문제의 귀절. 최목사는 이 귀절을 읽으면서 숨이 턱 막혔다고 고백했다.

예수 당대에도 문제아로 지목 받았던 바리새인들이 바로 '입으로만 경건파' 가 아니었던가.

이말 끝에 최목사는 독일 신학자 본 회퍼의 말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을 인용한다.

즉 참된 경건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경건함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의 봉사 하는 삶의 이념적 배경을 암시해준다.

그의 이런 발언은 몸집만 비대해진 기성 교회의 목회 활동에 대한 반대명제로 다가서는 울림을 갖는다.

실제로 그는 '새벽기도로 교회부흥을 일으키겠다' 며 신도들 눈치보며 사는 '삯꾼 목회자' 후배에게 일갈을 한다.

"야 이 사람아. 그게 무슨 목회야. 차라리 청량리로 와라. 내가 리어카 사줄께. 우리 사과장수나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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