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혁 끝내기 고강도 채찍 꺼내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와 여론의 '기업개혁' 압력에 떠밀린 정부가 강수를 뽑아들었다.

빚보증이나 상호출자를 줄이고 부당 내부거래를 단속하는 정도를 떠나 과거 정권의 '관계기관 대책회의' 를 연상시키는 '관계기관 협조체제 구축' 을 내세워 민.형사상 처벌까지 강도를 높였다.

◇ 정부, 채찍 왜 들었나〓28일 발표내용은 2단계 기업개혁을 위해 정부가 총동원체제를 갖춘다는 것이다.

기업감시.감독의 두 축인 금융감독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에 법무부와 재정경제부가 필요하면 법개정을 통해 지원에 나선다.

이는 크게 보면 부실기업 수술이 곧 금융불안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란 판단 때문이다.
기업.금융은 동전의 양면같아서, 어느 한쪽의 부실을 방치하면 다른 곳이 곪게 마련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은 일부 기업주의 도덕적 해이가 사회문제로 비화한 탓이다.
일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주는 채권단의 돈을 지원받아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뿌리는 등 부실기업주답지 않은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워크아웃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강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집권 후반기면 으레 나타나는 '개혁피로증후군' 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끊임없는 기업.금융불안설의 밑바닥에는 '집권 2년이 넘으면 개혁은 물건너간다' 며 개혁을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 며 "올 하반기 금융.기업개혁을 미루면 그간 공들인 경제회복 성과도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 이라고 말했다'.

금감위.공정위의 불법행위 단속권을 강화한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이다.
금감위에는 계좌추적권 발동 확대를 포함한 현장조사권을 부여해 부실회계.내부자거래.공시위반 기업 조사권을 대폭 강화한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을 연장해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등을 중점 감시한다.

◇ 워크아웃 전면 손질, 부실기업.기업주 신속히 퇴출〓76개 워크아웃 기업 중 12개 대우계열사는 오는 9월 말까지 처리일정을 확정한다.

32곳은 8월 말까지, 나머지 32개 워크아웃 기업은 엄정 실사를 거쳐 살릴 기업과 퇴출기업을 오는 11월까지 확정한다.
살릴 기업은 채무를 다시 조정해주는 등 확실한 회생계획을 세워 끌고나가되, 가망 없는 기업은 법정관리 등 정리절차를 밟게 된다.

새 기업회생절차는 현재 워크아웃의 틀에 사전조정제와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를 가미해 만들어진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워크아웃 사령탑을 맡았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해산하고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회생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대신 채권단이 이해관계에 얽혀 기업 회생여부 결정을 마냥 미룰 것에 대비해 3개월간 시간을 주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법정관리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을 정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 유도〓적대적 인수.합병(M&A) 공모펀드 허용과 함께 공개매수제도도 손질, 현행 사전신고토록 돼있는 규정을 사후신고로 바꿔 M&A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M&A펀드가 허용되면 부실기업은 M&A의 표적이 된다.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의 힘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정부로서는 공적자금 투입 등의 부담도 덜게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