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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증권 분쟁 극적 타결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2천400억원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증권간 분쟁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의장이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중심으로 지목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둘러싼 인책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중 소송 극적타결 될까= 현대중공업 개인 최대주주이자 고문인 정몽준(MJ) 의원은 27일 해외출장중인 정몽헌(MH) 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정 의장으로 부터 중공업이 입은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MH는 이날 통화에서 갖고 있는 현대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팔아서라도 손실을 막아주겠다며 동생을 설득했고 MJ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올해 안에 현대중공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결하겠다"는 발표문을 냈다. MH의 전화와 같은 맥락이며 구조위의 발표는 MH의 `사인'을 받고 이뤄진 셈이다. MH의 복안은 현대전자 주식 835만8천주(1.7%)를 팔아 해결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대 안팎의 분석이다. 이날 현대전자의 종가가 1만8천원인 점을 감안할 때 전량 매각시 1천500억원대에 달해 2천400억원과 현대투신 주식 1천300만주의 차액을 충분히 보전하고도 남는다는 평가다. 이에따라 현대중이 이르면 28일 낼 소송도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현대중의 소송 취지인 투명경영의 명분을 회복하는데 문제가 없는데다 이번 소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사외이사들도 수용할 만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현대중은 그러나 "소송제기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일인 만큼 일단 소송을 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은 무엇보다 `구두약속'보다는 구체적인 보전계획 등 가시적인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도 돈을 받아내지 못했는데 구두약속만으로 현대중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노조나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이에따라 현대중은 일단 소송을 제기한 뒤 구체적인 조치가 뒤따를 경우 취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 인책론은 불씨로 계속 남을 듯 = 이번 분쟁의 핵심으로 등장한 각서의 내용이 확인됨으로서 이익치 회장이 이번 외자유치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이 회장이 써준 2종의 각서는 김영환 전 현대전자 사장에게 준 것과 김 전사장과 연명으로 현대중공업에 맡긴 것이다. 두 각서의 내용은 캐나다 CIBC에 대한 지급보증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겠다는 것. 이는 이 회장이 `각서'형태로 계열사들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외자를 유치했다는 반증이 아니냐는게 현대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 회장이 그동안 그룹의 외자유치 창구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MH의 약속이 가시화될 경우 지급보증 여부를 둘러싼 현대중의 분쟁상대는 당초 현대전자.증권에서 현대전자가 빠진 현대증권으로 압축되고 특히 이 회장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쪽에서 감지되고 있는 따가운 시선도 이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 회장이 차지하고 있는 그룹내 위치를 감안해 볼 때 자신의 결단이 없는 한 쉽게 결말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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