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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선 구직도 양육도 복지창구 한 곳만 가면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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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뉴질랜드 북섬의 도시 로토루아에 있는 노인주간보호시설 ‘데이브레이크’에서 노인들이 영어단어게임인 스크래블을 즐기고 있다. 정부는 노인 한 명당 하루 3만6500원을 시설에 지급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복지수당보다 이 같은 인적 서비스를 중시한다. [로토루아=신성식 기자]

10월 20일 오후 1시30분 호주 수도 캔버라 워든 지역의 센터링크(Center Link) 사무실. 말쑥한 차림의 여성 안내 직원 셀리가 대기줄로 다가가 유모차에 애를 태운 젊은 부부를 맞는다. PDA로 예약을 확인하고 그들의 요청을 입력한 뒤 대기실로 안내한다. 거기에는 중국계 50대 남자 등 10여 명이 앉아있다. 셀리는 “한 달에 200~300명이 상담하러 온다. 여기서 웬만한 복지 문제는 해결한다”고 말했다. 오른쪽 벽에는 양육수당(오렌지색)·일자리 안내(녹색) 등 11개 분야 안내책자와 팸플릿이 색깔별로 빼곡히 비치돼 있다. 심리상담이 필요하면 세 개의 인터뷰 룸에서 사회복지사가 상담한다. 교민 정교아(35·여)씨는 “올 2월 학생수당(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생활비)을 신청했을 때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주가 자랑하는 센터링크의 모습이다. 센터링크는 원스톱(one-stop) 사회복지 제공기관이다. 뉴질랜드에는 커뮤니티링크(Community Link)가 있다. 본지는 삼성·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하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주도한 사회복지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동행 취재했다.

호주 주민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링크 사무실에 줄을 선 모습(홈페이지 사진).

 두 나라의 출발점은 복지 일선 창구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센터링크는 아동·청소년·가족, 실업·구직, 농가 보조금, 원주민 보호 등 140여 가지의 복지 수당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용부·보건가족부 등 10개 중앙부처(27개 정부기관)의 복지정책 집행을 위탁받아 서비스한다. 한국은 16개 부처 289개 사업을 만든다. 집행은 주민센터·고용지원센터·근로복지공단·건강보험공단·세무서 등 10여 개 기관으로 나뉘어 있어 여기저기를 오가야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한 군데만 가면 거의 모든 게 해결된다. 센터링크는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일본어·아랍어·말레이어·크메르어 등 66개국 언어로, 커뮤니티링크는 10개 국어로 안내한다.

 센터링크는 1997년 생겼다. 보건가족부·사회안전부 등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던 복지창구를 350여 개 센터링크 사무소와 570여 개의 미니출장소로 통합했다. 98년 ‘잡 네트워크(고용지원 업무)’의 업무가 센터링크로 넘어오면서 ‘복지 의존증’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 결과 실업수당·조기퇴직연금·배우자수당 지출을 2003~2005년 연간 7억~8억원 절감했다. 센터링크는 올 7월 또 한번 변신했다. 의료보험(메디케어)·아동지원(차일드서포트)·자활서비스(CRS)가 센터링크로 통합됐다.

 뉴질랜드는 일찍부터 고용과 복지를 통합한 ‘워크&인컴 오피스(WINZ)’를 만들어 일하는 복지를 강조해 왔다. 2년 전부터 이를 확대·보완해 커뮤니티링크로 변신하고 있다. 센터링크와 역할이 비슷하다. 국세청·아동학대예방기관·민간단체 등 복지와 관련한 기관이 커뮤니티링크에 상주하지 않고 주 1~2회 근무하면 민원인을 돕는 점이 다르다. 오클랜드대 박홍재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도 일선 창구를 한곳으로 모으고 사회복지사의 상담을 강화해 현금수당을 줄이고 사회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캔버라(호주)·로토루아(뉴질랜드)=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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