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최고일 때 이기고 싶다” … 22세 매킬로이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1962년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

 수퍼스타 아널드 파머(83·당시 34세·미국)가 스물두 살의 새파란 프로 초년생 잭 니클라우스(71·미국)에게 은밀히 다가갔다. 두 선수는 4라운드를 똑같은 성적(1언더파)으로 마쳐 다음 날 연장 18홀을 치러야 했다. 파머는 “누가 우승하든 우승 상금을 반씩 나누자”고 제안했다. 니클라우스는 “왜 그래야 하느냐”며 차갑게 거절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승후보는 파머였다. 그는 US오픈 직전 열린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한 해 전 디 오픈 우승을 차지한 골리앗이었다. 니클라우스는 아마추어 경력은 화려했지만 투어에 데뷔한 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금을 나누자는 은밀한 제안과, 단호한 거절은 두 골퍼의 심리적 우열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니클라우스는 다음 날 파머를 세 타 차로 누르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 사건으로 세계 골프의 주인공은 바뀌었다. 파머는 급격히 쇠락했고 니클라우스는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18승)을 세우게 됐다.

 49년이 지났다. 또 다른 스물두 살의 골프 천재가 황제에게 도전했다. 749일 만에 포효한 호랑이, 타이거 우즈(36·미국) 앞에서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가 발톱을 세웠다. 매킬로이는 다시 링에 돌아와 강펀치를 자랑하려는 늙어가는 챔피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언투어의 마지막 대회인 두바이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있다. 그는 6일 기자회견에서 “타이거가 돌아와서 매우 기쁘다. 그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할 때 싸워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4일 끝난 홍콩오픈 마지막 홀 벙커에서 직접 홀인을 시키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가 벙커에서 쏟아낸 어퍼컷과 포효는 전성기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러나 젊은 매킬로이의 포효는 30대 중반에 들어선 우즈의 포효보다 훨씬 강렬했다.

 매킬로이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우즈는 나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최고 선수와 테스트를 해 보고 싶다. 우즈와 우승 경쟁을 한다면 내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게 내가 바라는 바다. 커다란 경험이 될 것이며 내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내년에 그런 기회를 가진다면 매우 멋질 것이다.” 늙은 챔피언에게 “제대로 몸을 만들어 링에 올라오라”는 자신만만한 젊은 복서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상대가 건강해야 펀치를 날리는 맛이 난다는 자신감이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라이더컵에서 슬럼프에 빠진 우즈를 두고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우즈와 싸우는 것이 별로 재미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매킬로이는 내년 우즈에게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두바이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평가전’을 벌인다.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참가하는 빅이벤트다. 가장 강한 상대는 현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34·잉글랜드)다. 도널드는 골프 사상 처음으로 유럽과 미국, 양대 투어의 상금왕을 거의 확정한 상태다.

 매킬로이가 유일하게 도널드를 상금왕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선수다. 그가 우승하고 도널드가 10위 밖으로 처지면 매킬로이가 유럽 투어 상금왕이 된다. 매킬로이는 “어떤 일이 생길지 두고 보자”고 했다. 두바이 월드 챔피언십은 J골프에서 8일부터 나흘간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생중계한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