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 "저도 터프한 남자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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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건 없지만 무서울 것 하나 없이, 저 하고픈대로 다 하고 살아온 놈이잖아요. 그런 놈이 상대가 재벌딸이건 뭐건 겁내겠어요."

지난 7월 12일 방송을 시작한 MBC미니시리즈 '신귀공자' (기획 이창순, 극본 김선영.유진희, 연출 이주환)로 2년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김승우를 경기도 안성의 한 예식장에서 만났다.

재벌가 외동딸 수진(최지우)의 가짜 약혼자 노릇을 하게 된 생수배달원 용남(김승우)이 결혼식 하객인양 점심 한 끼를 공짜로 때우는 장면을 촬영하기 직전이다.

세간의 비평을 의식한듯,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동화' 라고 생각했는데, 첫회를 보니까 '만화' 가 되어 나왔더라" 고 부정적인 말머리를 꺼낸 그이지만 "용남의 캐릭터만큼은 만족스럽다" 고 힘을 준다.

정말일까. '부드러운 남자' 의 대명사인 그가 곧잘 '남자란 말야' 를 들먹이고, 해병대 경력을 자랑하는 용남이 된 것이 다소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들 그래요. 성격 급한 놈이 얼굴은 착하게 생긴 걸 하느님한테 감사드려야 한다구요. 이창순PD는 '신데렐라' '추억' 을 같이 했으니까 저의 이런 면을 알죠. "

그의 데뷔가 영화 '장군의 아들' 에서 주먹깨나 쓰는 역할이었던 걸 돌이키면 도리질 칠 일만은 아니다.

이번에는 거꾸로 용남이 '덜 터프하다' 고 물고 늘어졌다.

"제가 터프하다고 한들 민수형(최민수)만큼 터프하겠어요. 눈은 쳐졌지, 웃으면 삼각형 입이지, 누가 절 겁내겠습니까. " 반문 끝에 "악역 한 번 제대로 해보는 게 숙원" 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가정적일거라는 기대 역시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인다" 는 실토로 배신하는 그이지만, 집밖의 '일' 만큼은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원칙이 확고하다.

"토크쇼에도 함께 안나가고, 광고도 거의 같이 안 찍어요. 누구 부인, 누구 남편이 아니라 연기자 이미연, 연기자 김승우로 각각 봐줬으면 하는 거죠. 프로잖아요. " 그래서 "출연 섭외를 거절할 때마다 불화설, 별거설이 나돈다" 고 묻지도 않은 불만을 토로한다.

"아기 없는 것도 말이 많은데, 우리는 아직 아기보다 연기가 좋거든요. 남들은 어떤 지 모르지만 이 친구(이미연)는 현장 가서 최지우씨 잘해줘라, 그래야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당부하는 사람이에요. "

그 당부 때문인지 상대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모니터를 보면서 최지우가 이렇게 예뻤나 하고 처음 놀랐고, 몇 편이나 주연한 경력에 비해 첫촬영에서 너무 뻣뻣한 데 두번째 놀랐고, 좀 지나서는 그 뻣뻣하던 배우가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워졌나 싶어 다시 놀랐어요. "

이미연 역시 올가을 개봉할 영화 '물고기자리' 촬영에 바쁜 처지. 김승우는 "촬영 끝나면 함께 유럽에 갈 계획" 이라고 귀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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