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군대? 아니~ 원래 술래잡기식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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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오전 1시 30분께. 강원도 춘천과 철원 일대 부대에 초비상이 걸렸다. 합동참모본부가 대비태세 점검 차원에서 합참 핵심 간부와 부대 장교 전원에게 ‘전방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다. 동시에 적으로 가장한 대항군 20여명도 현장에 투입했다. 고도 침투훈련을 받은 특전사 요원들이었다.

합참 장성들과 장교들은 속속 본부와 부대로 복귀했다. 군은 이 일대에 국지도발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도 발령했다. 준비 단계부터 실행에 옮길 때 까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훈련이었다.

군은 이날 오후 '준비 태세 양호'라는 잠정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부대에 잠입해 핵심 시설을 폭파하는 가상 임무를 부여받은 대항군이 14시간 지나도록 잡히지 않았다는 보도가 인터넷에 올랐다. 대항군이 임무 완수 후 군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 산 속으로 도주했고, 일대 군 부대와 공수 부대까지 동원해 쫓았지만 체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상 도주로도 관측하지 못한 '당나라 군대' 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원래 소규모 적 병력의 잠입 테러를 가정한 술래잡기식 훈련"이라며 "주민신고가 들어온 이후 대응 및 봉쇄선을 치는 훈련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능력 부족으로 못 잡는 것이 아니라 훈련 메뉴얼대로 안 잡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오후 7시께 대항군을 발견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와 군 부대는 수색 병력을 투입했다.

이날 불시 대비태세 점검 훈련은 말단 부대의 실제 전투력과 실전 능력을 점검하라는 정승조 합참의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합참 관계자는 “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훈련에는 여러 부대가 점검 대상에 올라 있다"며 "불시 점검은 향후 계속된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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