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닷컴] 下. 이래야 산다

중앙일보

입력

기업에 네트워크 운영서비스와 통합메시징 서비스를 판매하는 아이월드 네트워킹은 25일 미국.일본.한국의 4개 벤처캐피털로부터 1천5백만달러(약1백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측은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데 대해 "국내 최고의 인력을 갖춘 데다, 네트워크를 온라인으로 원격관리해 고객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는 새로운 운영 노하우를 선보인 때문" 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가 설립된지 4개월밖에 안됐지만 최근 10억원짜리 네트워크 운영서비스를 팔아 관련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기 속에서도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확실한 수익모델을 내세워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는 데 성공하는 닷컴기업이 적지 않다.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은 "닷컴이 망하면 한국 경제의 희망도 없다" 면서 "위기를 극복, 재도약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정부.창투사 등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시점" 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투자받는 길은 있다=IT분야 전문 지식거래 사이트 인포구루도 삼성벤처투자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 조남주 사장은 "IT쪽만 특화해 고급 콘텐츠를 확보했고 전문가로 구성된 1천5백여명의 휴먼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을 높이 평가받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한 수익모델이나 자금조달 계획 없이 무작정 투자자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유니텔의 강세호 대표는 "당장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더라도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며 "적어도 2~3년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이은 차기 모델이 뭔지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 수익모델 다각화는 필수=여러가지의 수익모델을 만들어내 부러움을 사는 닷컴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클릭 몇번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크노필은 무료 회원제 사업모델을 홈페이지 구축 소프트웨어와 서버를 파는 모델로 전환했다. 벌써 50억원의 계약을 올렸고 올해 매출도 당초 계획보다 1백억원 늘려 잡았다.

프랜차이즈 전략도 새로온 수익모델의 하나로 떠올랐다. 월드팁스넷은 지난 20일 미국 아이팝콘사와 10억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정요원 사장은 "앞으로 전세계 35개국에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펼 계획" 이라고 말했다.

기존 무료 콘텐츠의 품질을 높여 유료화하는 방법도 있다. 무역사이트 카오스트레이드는 다음달부터 서비스를 고급화해 유료화할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온라인 오피스웨어인 넷오피스를 이미 유료화했다.

서비스.콘텐츠 유료화는 닷컴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본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2%가 "앞으로 유료화를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그동안 주요 수입원이었던 인터넷 광고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새롬기술과 이엔텔.웹투폰.에브리존 등 무료 웹폰 회사들은 동영상광고를 새로 시작했다.

새롬기술은 하반기에는 동영상광고 매출이 월 4억~5억원으로 배너광고 매출(월 1억5천만원)을 훨씬 앞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의 김동렬 대표는 "돈을 벌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갖추는 것이 자금 가뭄을 극복할 수 있는 길" 이라고 지적했다.

◇ 마케팅 능력 갖춘 곳과 손잡아라= LG경제연구원 권혁기 박사는 "마케팅 능력과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시너지를 올리는 방법도 중요한 생존전략의 하나" 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의 기업간(B2B)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었던 인더스트레이더는 최근 오프라인 기업 지누스와 합병했다.

지누스의 이윤재 사장은 "텐트를 해외에 판매하면서 20여년간 쌓아온 해외 영업망을 인더스트레이더가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벤처 인큐베이팅.지주회사 미래랩도 최근 오프라인에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팬시업체 바른손을 인수했다.

지오창투의 최재원 이사는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영업망 확충이 필수적인 만큼 오프라인에서의 경력이 있는 영업맨을 보강하는 것도 방법" 이라고 지적했다.

◇ 시급한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신한회계법인 이철훈 회계사는 "코스닥 등록 심사 때 생긴 지 1년밖에 안된 벤처에 흑자를 요구하는 것은 코스닥시장의 기본 취지를 무시한 것" 이라며 "등록요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마구잡이식 등록에 따르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공개 직전 뛰어들어 공개 직후 돈만 챙기고 나왔던 일부 창투사의 역할도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터벤처 유효상 사장은 "창투사들이 머니게임식의 단기투자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해 투자받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면 오히려 큰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인찬 박사는 " '평가' 를 넘어 '선고' 를 내리려고 하는 시장의 조급한 분위기를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디지털 시장을 개척하고 국가경제를 이끌 희망은 '닷컴' " 이라며 "닷컴기업들의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사회로 흡수해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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