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병찬 전자조합 사업본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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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업계 처음으로 중소전자업체들로 구성된 대북투자 조사단을 이끌고 11~19일 평양을 다녀온 박병찬 전자조합 사업본부장은 "북한 당국이 경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북한 근로자들의 숙련도도 높아지고 있다" 고 전했다.

朴본부장은 그러나 남북경협은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접근하면 낭패를 볼수 있기 때문에 투자업종과 규모 선정.계약 체결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남북간 화해무드를 타고 최근 기업간 또는 경제단체간에 과당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며 "이는 남북 양쪽에 유익하지 않다" 고 강조했다.

다음은 199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평양에 다녀온 朴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달라진 점은.

"3년전보다 경협에 적극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특히 경제 당국뿐 아니라 북한 근로자들도 서서히 경제에 눈을 뜨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품질관리나 생산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북한 당국은 이번 조사단에 평양 인근에 산재한 유휴공장들을 이례적으로 보여주면서 일감과 생산 설비만 주면 언제든지 개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런 유휴공장들의 실상은 어떤가.

"북한이 90년대 중반부터 에너지난을 겪으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규모는 예상 밖으로 컸다. 5천평이나 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공장을 재가동하기 위해선 낡은 설비를 개보수하고 전력시설.도로망 등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 한국기업인들이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접촉하려고 줄을 서고 있다고 하는데.

"중국 베이징에서 민경련의 한 간부를 만났는데 그는 요즘 한국기업인들의 면담요청이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남북경협은 생각만 가지고 접근해선 안된다. 특히 같은 업종끼리 투자경쟁을 벌이면 득될 것이 없다. 실제 일부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국내기업들이 북한 공장에 경쟁적으로 임가공 주문을 냈다가 임가공료를 비싸게 문 적도 있다.

그럴 경우 채산성이 떨어진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게 되고 결국 북한측도 일감이 떨어져 모두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또 한 업체는 투자 규모를 부풀렸다가 약속을 못지켜 북한측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이젠 접촉자체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 북한에 투자한 기업들은 북한산 제품을 반입하는데 물류비 부담이 크다고 많이 지적한다.

"북한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막힌 곳을 다 뚫을 수는 없는 일이다. 차차 수송 루트가 배 편에서 육로로 바뀔 것이다. 그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남북경협의 대세에는 큰 걸림돌이 아니다. 그것도 투자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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