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 학생 50명 두고 유치전 벌이는 복지기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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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도원분교 학생들이 방과 후에 아동센터·수련관 차량에 나눠 타고 있다 [최승식 기자]

2일 오후 4시 충북 청원군 문의초등학교 도원분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두 대의 검은색 차량 앞으로 달려간다. 일본 출신 주민 스기타 히로미(44·여)의 아들(11)은 지역아동센터 승합차에 탔다.

다른 아이들 서너 명은 청소년수련관 차에 올랐다. 스기타의 두 딸(중 1, 2년생)은 방과 후에 아동센터를 이용하다 9월 수련관으로 옮겼다. 친구가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내년에 학교가 오후 10시까지 학생을 보살펴주는 돌봄교실을 열면 학생유치 3파전이 벌어지게 된다.

문의초 전교생 200명 중 저소득층·다문화가정 등의 자녀 50여 명을 두고 세 기관이 다투게 되는데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내년에 돌봄교실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5000만원, 수련관은 여성가족부·청원군에서 1억7000만원의 예산을 받는다. 아동센터는 이르면 상반기 보건복지부와 청원군에서 2000만~250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학생유치에 기관의 명운이 걸린 것이다.

 이런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은 복지서비스를 조율하는 곳이 없어서다. 도로를 뚫을 때는 반드시 타당성 평가를 거치지만 복지는 늘리기만 했지 중복 여부와 효율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시행 후 효과 평가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복지부 사업만 2006년 67개에서 올해 126개로 늘었다.

복지부·여성가족부 등 16개 중앙행정기관이 289개의 사업을 각각 시행한다. 시민들에게 서비스하는 창구도 동사무소·고용지원센터·근로복지공단 등 10여 곳으로 흩어져 있다. 복지관·사회단체·대학 등이 각종 사업을 하지만 동사무소나 고용지원센터 등에서 안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신학대 한혜빈(사회복지학) 교수는 “복지·고용·여성부 등 중앙부처 복지업무를 한 곳으로 모으고 컨트롤(조정)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찬호·김상진·홍권삼·황선윤·김방현·신진호·유지호·박수련·박유미·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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