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메세나협의회 선정 - 7대 메세나 기업 ④ 태광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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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 8월 서울 삼일로 창고극장이 재개관을 앞두고 단장에 한창인 모습. 태광그룹은 보수비와 운영자금을 지원했고, 그룹 사원들은 공사현장에서 일을 도왔다.

‘위법 건축물 이행강제금’ 체납액 5000만원. 서울 저동 언덕배기의 ‘삼일로 창고극장’이 개관 36년 만인 올해 3월 문을 닫으려 했던 이유다. 2004년 비가 새는 걸 막으려 보수공사를 한 뒤 신고를 제대로 못해 청구된 벌금 800만원이 늘어난 돈이다.

 1975년 50석으로 문을 연 이 소극장은 가난한 연극인들의 사랑방이었다. 77년 8월 고(故) 추송웅 선생이 연출·각색·연기를 맡은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을 올렸던 전설적인 장소기도 했다. 하지만 연극계의 침체, 소극장의 한계로 재정난을 겪었다. 개관 이래 대표가 여섯 번 바뀌었고, 극장은 한때 김치공장이나 인쇄소로 쓰이기도 했다.

 창고극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태광그룹이 나섰다. 이상훈 사장은 4월 후원 협약식을 열어 “연극계 산파였던 극장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극장뿐 아니라 서울 시민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체납액 전체를 중구청에 대신 납부하고, 이후로도 3년 동안 매월 500만원 후원을 약속했다. 또 극장 시설 개·보수와 기자재 보강에 8800만원을 들였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에스티임은 인테리어 작업에 재능 기부로 동참했다.

 문을 닫을 뻔한 창고극장은 이렇게 8월 재개관했다. 객석이 106석으로 늘었고 야외 카페도 생겼다. 창고극장은 재개관작으로 뮤지컬 ‘결혼’을 9월까지 공연했다. 현재는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을 열어 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무대를 올리고 있다.

 태광그룹의 메세나 활동을 보여주는 건 창고극장뿐 아니다. 계열사인 흥국생명 광화문빌딩 앞의 공공예술 작품 ‘해머링맨(조너선 보롭스키 작품)’, 같은 빌딩 지하의 예술영화 극장 ‘씨네큐브’도 문화에 대한 이 그룹의 깊은 관심을 증명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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