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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확대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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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강북구 N어린이집은 0~4세 아동 70여 명의 보금자리다. 아이들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며 우유·빵 등 간식도 덜 먹어야 할 상황이다. 구청이 냉난방비 지원금(월 20만원)을 3분의 1로 줄이고, 간식비도 1인당 월 1000원씩 깎기로 해서다. 강북구 100곳의 다른 어린이집 아동들도 비슷한 처지다.

 서울 중랑구는 내년에 유치원·초등학생 2만4819명에게 제공하던 무료 방과후 수업(참고서 포함)을 폐지한다. 새로 시행하는 초등생, 중1년생 무료급식 등에 예산을 쓰기 위해서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임시 조치다. 강북구청 구인회 주민생활국장은 “돈(세입)은 들어올 데 없는데 정부가 기초노령연금·보육료 등을 늘려 다른 복지예산으로 돌려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시행하려면 매칭(Matching) 비용을 대야 하는데 곳간이 비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예산을 깎는다는 설명이다.

 내년 총선·대선을 의식해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 드라이브를 걸면서 수혜자여야 할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정책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복지사업은 정부가 돈을 다 대는 게 아니다. 보육료 등 180개 사업은 지자체가 돈을 같이 내야 하는데 2006~2011년 부담률이 연평균 15.6% 증가했다. 나라 전체 복지증가율(9.1%)의 1.7배다. 복지 확대는 좋은 일이지만 그 여파가 만만찮다. 16개 중앙부처가 292개의 비슷한 사업을 쏟아내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제대로 가지 않아 밑바닥까지 온기가 잘 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에 0~4세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기초노령연금이 20% 오르면 이런 현상이 도드라질 수 있다. 지자체는 무상보육에 5700억원을, 기초노령연금에 2015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김한걸 사무처장은 “중앙에서 갑자기 복지를 늘리면 지자체는 등골이 휜다. 지방이 감내할 수 있는 복지체계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찬호·김상진·홍권삼·황선윤·김방현·신진호·유지호·박수련·박유미·최모란 기자

◆예산 매칭=복지사업비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분담비율은 사업별로 다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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