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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선거를 정말 치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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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012년은 나라 안팎으로 격동의 해가 될 전망이다.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핀란드·러시아·프랑스·미국 등 무려 29개국이 권력의 향배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과 12월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지형도 변화가 예고돼 있다.

 내년에 각국에서 벌어질 이들 선거는 치루는 게 맞을까, 치르는 게 맞을까?

 많은 사람이 “선거를 치루다”고 하지만 “선거를 치르다”로 바루어야 한다. 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뜻의 말은 ‘치르다’이다. 우리말에 ‘치루다’란 동사는 없다.

 “2012년 미국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연방 상·하원 의원을 뽑는 선거가 함께 치뤄진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충주는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재·보선을 합쳐 모두 16번의 선거를 치뤘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치러진다’ ‘치렀다’로 고쳐야 맞다. ‘치르다’의 어간 ‘치르-’에 어미 ‘-어/-아’가 이어지면 ‘ㅡ’가 탈락해 ‘치르+어+지+ㄴ다→치러진다’ ‘치르+었+다→치렀다’가 되는 것이다.

 ‘치루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흔히 ‘치뤄’ ‘치루고’ ‘치루니’ ‘치뤄라’ ‘치뤘다’처럼 활용하지만 ‘치르다’가 기본형이다. ‘치러’ ‘치르고’ ‘치르니’ ‘치러라’ ‘치렀다’처럼 활용하는 게 바르다.

 곤욕을 치르다, 행사를 치르다, 잔치를 치르다, 시험을 치르다, 큰일을 치르다도 모두 ‘치루다’고 표현해선 안 된다.

 ‘담그다’ ‘잠그다’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기본형을 ‘담구다’ ‘잠구다’로 잘못 알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김치를 담궈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대문을 잠궜다”와 같이 쓰는 일이 종종 있지만 ‘담가’ ‘잠갔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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