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더 태블릿’ … 애플 막는 삼성의 방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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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94년 나온 태블릿 PC ‘더 태블릿(The Tablet)’.

애플이 안방 격인 미국에서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판매를 막는 데 실패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에 승리를 안겨준 일등공신은 17년 전 나온 태블릿PC의 원조 격인 ‘더 태블릿(The Tablet)’이다.

 “법원은 1994년 ‘나이트리더’가 만들어 배포한 동영상 속 태블릿PC가 애플의 D889 특허와 근본적으로 같은 비주얼을 지녔다고 판단한다.”

 미국 새너제이법원이 2일(현지시간)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미국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결정문 중 한 부분이다. 루시 고(43) 담당 판사는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의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은 입증했지만 이 특허 자체가 (원조 디자인임을 증명하는 데)유효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는 “아이패드 이전에 나이트리더의 태블릿PC라는 ‘선행 제품’이 있었으므로 애플의 특허는 신규성과 혁신성이 없다”는 삼성전자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의 미디어그룹 나이트리더는 ‘전자시대의 신문’을 지향하며 기자·디자이너·연구원이 팀이 되어 ‘더 태블릿’이라는 이름의 모바일 기기를 개발했다.

 아이패드가 나오기 16년 전인 1994년의 일이다. 홍보 동영상에는 “태블릿은 컴퓨터의 새로운 세계를 열 것”이라며 “2파운드(900g) 이하로 가볍게 만들어 들고 다니기 편리하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 시제품은 그러나 제품화되지는 못했다.

 2005년 애플이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획득한 D889 특허는 직사각형 모양에 네 모서리가 둥글고, 앞면이 평평한 화면으로 만들어진 모바일 기기인데 이 특허의 유효성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법원은 또 갤럭시 스마트폰과 관련해서는 “삼성 제품이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애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을 애플이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역시 애플 측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3종류와 갤럭시탭10.1이 아이폰·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비굴하게 베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방어전략이 일단 효과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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