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대학생·창업자 … 5년간 8만4000명 돕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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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정몽구(73)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의 이사회를 열었다. 재단 명칭을 ‘현대차 정몽구재단’으로 바꾸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재단명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 회장이 그룹 경영 못지않게 재단 활동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다름없다. 이어 4일 정 회장은 저소득층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대규모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정 회장은 올해 8월 말 “저소득층 대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힘들어하는 사연들이 가슴 아프다.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면서 5000억원을 당시 해비치재단에 출연했다. 순수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발표한 종합지원 프로그램은 바로 3개월 넘게 저소득층 미래인재 육성 방안을 심사숙고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정몽구재단은 곧바로 대상자 선정 작업에 들어가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은 물론 청년 기업가 등 5년간 총 8만4000여 명이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게 된다.

 우선 고금리 학자금 대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대학생을 지원한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6%대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고 3년간 학생들의 대출 이자를 분담 지원한다. 매년 등록금 1000만원을 법정 최고이자율 39%의 대부업체를 통해 조달한 대학생의 경우 연간 이자비용으로 33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연체한 경우 이자 절감폭은 더욱 커진다. 또 기존의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대학생을 위해선 6%대의 신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최대 3년의 재학기간 중 이자 전액을 대신 지급할 방침이다. 학교 추천을 받은 대학생 1만3000명이 학자금 지원 대상이다.

 전국 저소득층 중·고생을 대상으로 ‘과학인재 육성 3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매년 1000명이 대학과 연계한 단계별 과학 심화교육을 받게 된다. 문화예술 분야 저소득층 우수 중·고생 및 대학생, 소년소녀 가장과 교통사고 피해 가정 등 연간 4000명에게는 등록금과 학습비·장학금이 지원된다. 이와 함께 사회적 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연간 1000명의 만 19~39세 예비 기업가에게 창업 자금과 종합 컨설팅을 지원한다. 의료 낙후지역과 소외계층 보건 의료지원을 위해 이동 진료센터 등을 운영해 연간 3500명에게 의료 혜택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정 회장의 의욕은 남다르다. 재단 명칭을 바꿨을 뿐 아니라 기존의 비상근 이사장직도 상근직으로 전환했다. 통상 제스처와 보여주기에 그쳐온 재계의 사회공헌활동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정 회장이 정몽구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지난 8월 5000억원을 포함해 총 65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기업의 기부가 대부분 오너 사재가 아닌 회사 돈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정 회장은 순수 개인재산으로 출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부자들의 개인 기부가 더욱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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