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황] 지지선에 대한 실망…양시장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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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먼데이.

한여름 거래소시장이 4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얼어붙고 이에 영향받아 코스닥시장도 잔뜩 움츠러 들었다.

24일 거래소시장은 개장초 단기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770선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실망매물이 가세하고 악성매물로 변질되면서 폭락장으로 돌변했다. 지난 주말 미증시에서 반도체주의 폭락과 D램 반도체가격의 하락세에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설에 이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는 소식까지 겹쳐 낙폭이 더욱 커졌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45.17포인트(5.7%%) 떨어진 737.89를 기록, 740선마저 지키지 못했다. 지난 4월 17일 블랙먼데이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주 조정을 감안한다면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장중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국내 8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다는 외신이 나오면서 은행주들이 선전하긴 했지만 투자심리가 이미 얼어붙은 상태에서 호재는 더이상 호재가 아니었다.

업종별로도 전기제조 및 종금업종이 소폭 오름세를 보였을뿐 전업종에 걸쳐 하락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이 '사자'에 나선지 하룻만에 다시 매도세로 돌아서 오후 3시 현재 3백5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초반 매도세를 나타냈던 기관은 오후들어 증권의 매수세가 살아나며 3백47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매물을 받아내던 개인들은 지나친 하락세에 겁먹은듯 장막판 소폭(99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주말 나스닥에서 반도체주 하락 영향으로 삼성전자, 현대전자, 아남반도체 등 반도체 관련주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지수관련 대형주들의 약세가 지수하락을 부채질했다.

특히 거래소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하락은 지수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주 반도체경기 논쟁과 함께 한주동안 10%나 떨어졌던 삼성전자는 60일 이동평균선을 크게 밑도는 33만2천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오늘도 매도물량을 내놓으며 오늘 하루만 2만7천원(7.8%) 하락했다.

한빛은행이 7천여만주가 거래된 것을 비롯해 조흥, 외환은행이 나란히 거래량 상위에 오르면서 이들 3개은행의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증권주도 실적대비 낙폭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일의 상승을 이어가는듯 했으나, 삼성증권이 투신증권과 합병설이 나오며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지수 폭락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경기논쟁을 논외로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시장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추가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반등이 있다해도 시장 자체에 내성이 길러지고 시장에너지가 축적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연구원은 "외국인의 삼성전자에 대한 재매수시점이 시장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후 외국인의 매도세가 계속된 점은 지난 6월 이전 고점을 돌파할 때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곧 외국인의 재매수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지수도 잔뜩 얼어붙어 전일보다 7.22포인트 내린 116.91을 기록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120선이 붕괴됐다.

거래가 극히 한산한 가운데 뚜렷한 매수주체와 주도주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여전히 장을 압박했다. 거래량은 1억7천만주에 불과하고 거래대금도 1조5천9백억원에 그쳐 손바뀜이 극히 저조한 양상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들도 동특, 리타워텍이 소폭 상승했으며 대부분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낙폭이 컸던 그랜드백화점, 한국전지, 두일통신 등 저PER주를 중심으로 94개 종목이 상한가까지 치솟아 중소형 소외주들이 눈부신 활약을 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선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 사이드카(Side Car)가 발동됐다. 증권거래소는 24일 선물가격이 전일보다 4% 이상 하락해 1분이상 지속되자 오후 1시4분부터 1시9분까지 5분간 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Joins.com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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