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잡스 코스프레 하는 세종?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7호 42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트위터의 재미를 느낄 때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때입니다. 다른 공간에서 같은 채널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타임라인에 끄적이면, 팬클럽 회원끼리 채팅하는 것 같은 착각도 듭니다. ‘슈퍼스타K’ 생방송 땐 누가 노래를 잘했느니, 오늘 편곡은 어땠느니 하는 품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나는 가수다’가 끝나면 그날 순위를 예측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강혜란 기자의 트위터 세상

지난주 개그콘서트 때도 타임라인이 바빴습니다. 강용석 국회의원에게 고소당한 최효종과 그의 동료들이 대거 ‘개그’로 맞짱을 뜨는 것을 보며 “오늘 제대로 반격한다”는 공감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제일 폭주했을 때가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 코너 때 였습니다. 최효종이 “국민 여러분 모두가 시사 개그를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겠지만 한 명이 하지 말라고 하면 계속 하겠습니다”라고 한 말이 잇따라 리트윗됐습니다.

개인적으론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볼 때 @ecri11 님이 올리는 촌철살인 코멘트를 즐깁니다. 사극의 행간을 추론하며 진지하게 빠져보는 저와 달리 이분은 장면을 쿨하게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세종(한석규)이 집현전 학자들을 앞에 두고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를 설명하던 순간 @ecri11 님의 멘션은 “잡스 코스프레 하는 세종”. 겨우 말문을 튼 궁녀 소이(신세경)가 위기에 빠진 강채윤(장혁)에게 적들의 공격 위치를 알려줄 때 멘션은 “이제는 검술 내비게이션으로 변신”.

실시간이란 건 시간 속에 흘러가 버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트위터는 라디오와 같다. 흘러가는 것을 붙잡으려 하지 마라.” 어느 파워 트위터리언이 해준 충고입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내 타임라인에 뜬 당신, 실로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네요. @theother2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