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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여검사 수사’ 특임검사가 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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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창재 특임검사

한상대 검찰총장은 30일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과 관련해 이창재(46·사법연수원 19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을 특임검사로 선임하고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벤츠 여검사로 알려진 이모(36) 전 검사와 부장판사 출신 최모(49) 변호사를 출국금지했다.

 특임검사는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팀 구성, 수사, 기소 및 재판 등 과정에서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 수사 진행상황은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대검 감찰위원회(위원장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에 보고해야 하고, 검찰총장에게는 수사 결과만을 통보하면 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한 총장이 전직 여검사 관련 비위 의혹 보도가 확산되면서 국민적 관심과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중시했다”며 “이번 수사는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와 관련된 모든 사건에 대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이날부터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됐다.

 특임검사가 선임된 것은 검찰 역사상 두 번째다. 검찰은 지난해 정인균(52) 전 부장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지인으로부터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내용의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이 발생하자 강찬우(49·현 광주지검 차장) 당시 대검 선임연구관을 특임검사로 임명해 수사를 맡겼다. 2호 특임검사가 된 이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서울남부지검 차장을 지냈다. 언론사 세무조사 사건과 세무공무원의 국세 환급금 비리, 상조회 비리 사건 등을 수사 또는 지휘했다. 이 지청장은 이날 임명 직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임검사 지명은) 오해나 의혹 없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게 정도대로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인다”며 “검찰의 위기라고 보고 ‘무신불립(無信不立·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의 자세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시간강사 이모(40·여)씨로부터 “최 변호사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이 전 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하면서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가 이달 이 전 검사가 사표를 제출하고 언론이 문제를 삼은 뒤에야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 감찰본부도 이 전 검사에 대한 감찰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찰이 “‘벤츠 여검사’ 사건을 경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 사안이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국면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열린 서울 강남지역 6개 경찰서 경찰관들의 토론회에서 한 경찰관은 “이 사건은 왜 경찰이 검사들에 대한 수사권을 가져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검찰 수사는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찰이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갈등과 관련해 이완규(50)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은 30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띄워 총리실의 수사권 조정안을 수용한 권재진(58) 법무부 장관과 한 총장을 비판하면서 “더 이상 이런 지도부와 함께 검사로 일할 수는 없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진석·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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