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아파트 여름 분양시장 주도

중앙일보

입력

전용면적 25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가 한여름 분양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대형 평수는 실수요자 부족으로 큰 힘을 못 쓰고 있다.

소형의 강세는 서울.수도권의 공급이 줄어 희소 가치가 높아진데다 만성적인 전세난에 따라 수요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성원산업개발이 지난 6일 경기도 광주읍 태전리에서 내놓은 5백50가구도 29평형 3백38가구는 모두 분양됐으나 47평형 74가구는 계약이 안돼 선착순으로 추가 입주자를 모으고 있다.

최근 분당 백궁역에서 쏟아진 주상복합아파트는 소형 평형에만 매기가 집중됐다.
현대산업.삼성중공업.삼성물산.두산건설 등이 2천여 가구를 내놓은 결과 수요가 많은 30평형 대는 청약률이 최고 3백대 1을 넘으면서 순식간에 팔렸다.

그러나 50평형대 이상은 업체마다 계약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프리미엄도 30평형 대의 경우 최고 2천만원 정도 붙었으나 대형은 일부 좋은 물건에만 웃돈이 형성돼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최근 1~2년간 일었던 전세난이 분양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며 "입지가 뛰어나도 시세차익이나 프리미엄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여윳돈이 흘러들지 않는다" 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도 마찬가지. LG건설이 지난달 동시분양 때 내놓은 동부이촌동 '한강LG빌리지' 아파트 가운데 최대 평형인 92, 93평형도 청약률은 높았으나 정작 계약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28평형은 엄청난 청약률을 기록한 가운데 최고 6천만원의 웃돈까지 붙어 인기를 누렸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말부터 청약을 받은 목동 '하이페리온' 주상복합아파트도 거의 대형 평수인데 계약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삼성물산이 18일 청약마감한 서울 서초동 '래미안 유니빌' 주상복합아파트 (18~35평형 4백40가구)
는 평균 9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소형평형에 임대사업을 벌이기에 좋은 입지여건을 가진 것이 정점으로 부각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형 평형이라고 해서 실수요자가 없는 건 아니다" 고 전제하고 "주택업체들이 입지.환경이 괜찮다 싶으면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정해 고객을 내쫓고 있다" 고 말했다.

S社 관계자는 "중.소형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알지만 비싼 땅값을 건지려면 대형평형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따라 미분양된 대형 평형의 설계를 바꿔 중소형으로 재분양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금호산업은 올해 초 용인시 수지읍 상현리에서 분양했던 49평형 3백73가구가 거의 팔리지않자 35평형으로 다시 내놓아 70%의 계약률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반짝경기를 믿고 무조건 대형 평형으로 내놓은 것이 무리였다" 며 "앞으로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평형을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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