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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80> 국부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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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국부펀드가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한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움직임은 전 세계의 관심거리다. 국내에서도 올 초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CIC가 ‘바이 코리아’에 나서며 눈길을 끌었다. 국부펀드가 금융자원의 배분이나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와 펀드를 국가가 소유한 만큼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국가의 기간산업 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하현옥 기자

국부펀드(SWF·sovereign Wealth Fund)는 국가가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설립한 특별 투자 펀드다. 국가의 여윳돈을 굴리는 운용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각 국가가 국부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은 재정수입의 변동성을 줄여 재정의 안정화를 꾀하고 외환보유액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축의 개념도 있다.

펀드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했느냐에 따라 상품 펀드와 비상품 펀드로 나뉜다. 상품 펀드는 원유와 구리·광물 등 천연자원을 수출하는 국가가 그 수입을 바탕으로 재원을 마련한 펀드다. 중동 국가와 러시아 등의 국부펀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비상품 펀드는 외환보유액이나 민영화 수익 등을 재원으로 해 만들어진다. 한국투자공사(KIC)나 중국투자공사(CIC) 등 아시아 국가의 국부펀드가 비상품 펀드다. 지역별로는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 규모가 가장 크지만 국가별로는 중국의 덩치가 제일이다.

2010년 4조2000억 달러, 내년 5조5000억 달러 전망

국부펀드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국부펀드연구소(SWFI) 등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세계 국부펀드의 규모는 4조2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상품가격의 강세와 신흥국 무역흑자 확대, 세계 자산가격의 상승 등으로 2012년 말까지 그 규모는 5조50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등에 따르면 2020년에는 국부펀드 규모가 20조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부펀드의 몸집이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세계 금융과 자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국부펀드는 과거에는 수익률이 낮지만 안전한 선진국 통화나 국채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고 수익성을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자산의 일부를 전 세계 부동산이나 주식, 부실채권 등 수익성 높은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신흥국 회사채나 주식, 원자재 등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투자 지역도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 중심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국부펀드 움직임 따라 한 나라 경제 출렁일 수도

투자 방식이 다양해지는 만큼 영향력도 더 커지고 있다. 국부펀드의 움직임에 따라 한 나라의 증시나 경제가 출렁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국부펀드는 연기금처럼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부채)이 없기 때문에 투자 기간과 투자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된다.

국부펀드의 효시는 오일머니를 굴리기 위해 1953년 생긴 쿠웨이트투자청(Kuwait Investment Authority)이다. 이후 70~90년대에는 주로 중동 산유국이 국부펀드를 만들었다.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이 이때 만들어진 국부펀드다. 2000년대 이후에는 외환보유액 운용을 목적으로 한 국부펀드가 늘어났다. KIC와 CIC, 카타르투자청 등이 줄줄이 설립됐다. 다음은 세계 주요 국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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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투자청(ADIA·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아부다비투자청(ADIA)은 76년 석유 판매 수입의 관리를 위해 설립됐다. 투자자산의 80%는 외부 위탁으로 운용되며 자산의 60%는 지수를 따르는 전략을 쓰고 있다. 투자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46~70%로 여러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채권에는 15~30% 정도 투자하며 나머지는 대안투자에 투입한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 투자 비중이 60~85%에 달할 정도로 선진국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86년 대안투자자산에, 89년 사모펀드(프라이빗에쿼티)에 각각 투자하기 시작했다. 인프라 자산에 대한 투자는 2007년부터 집행했다. 이처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통해 2009년 말 기준으로 30년간 연 평균 수익률이 8%를 기록했다. 직원 수는 1200명이다.

노르웨이정부 연기금(GPFG)=석유기업에서 거둬들인 세금과 탐사권 수입 등을 운영하기 위해 90년 설립됐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일부인 노르웨이은행 투자관리청(NBIM)에서 관리한다. GPEG는 사모펀드를 주식자산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다른 기관보다 주식 투자 비중이 크게 나타난다. 대안투자 자산의 비중은 다른 국부펀드보다 적은 편이다. 향후 부동산 투자 비중을 5%까지 늘릴 계획이다. GPEG는 사회적 책임 투자 원칙이 엄격해 환경이나 근로자 인권을 해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산하의 조직이다. 석유 수입 관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국제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추정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이 20%, 채권 55~60%, 주식 20~25%씩 투자하고 있다. 미국 국채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등 보수적 투자전략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투자공사(CIC)=세계 1위로 불어난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자산은 2000억 달러였지만 2009년 말 현재 3320억 달러로 늘었다. 중국 외환보유액 확대로 2000억 달러의 추가 자금 투입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초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 지분을 많이 인수했다. 하지만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 전환사채(BW) 투자로 손실을 입은 뒤 천연자원과 에너지, 역외 상장 중국 기업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CIC의 자회사인 중앙회금공사는 중국 4대 국영 은행인 공상은행(35.3%)과 건설은행(57%), 농업은행(50%), 중국은행(67.5%)의 대주주다. 중앙회금공사는 또 중국건은투자(100%)와 은하지주회사(78.6%), 신은만국증권(37.2%), 국태군인증권(21.3%) 등 주요 증권회사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CIC는 해외 주요 에너지 기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2010년에 캐나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브룩필드의 지분을 인수(10억 달러)한 데 이어 미국 천연가스 생산회사인 체사피크에너지(15억 달러)와 캐나다 펜웨스트에너지와 합작사 설립(8억2000만 달러) 계약을 했다.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고 국내 위탁 운용사를 선정해 ‘바이 코리아’에도 나서고 있다.

쿠웨이트투자청(KIA)=최초의 국부펀드다. 석유 수입을 관리하기 위해 53년 설립됐다. KIA의 운용 자산 중 가장 중요한 펀드는 GRF와 FGF며 FGF는 석유 수입의 10% 정도를 적립한다. 올해 프랑스 원전 회사인 아레바 주식 8억 달러어치를 매입했고 아랍 인슈런스(12.5%)와 다임러 AG(6.9%), 씨티그룹(6%)의 대주주다.

싱가포르투자청(GIC)=정부의 외환보유액과 재정 잉여자금, 국채 매각 대금 등을 굴리기 위해 81년 만들어졌다. 이사회 의장은 리콴유(李光耀·이광요) 전 싱가포르 총리다.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대안투자 자산에 25%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채권 비중은 점차 줄여가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비중이 크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는 24% 정도 투자하고 있다. 향후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GIC는 2010년 3월 말 기준으로 2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1%에 이른다.

러시아 국가복지기금=석유수입관리를 위해 2008년 만들어졌다. 석유 가격 변동에 다른 정부 수입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러시아연방안정화기금(Stabilisation Fund of Russian fedeartion)이 석유안정화기금(Reserve Fund)과 국가복지펀드(National Welfare Fund·NWF)로 나눠졌다. NWF는 석유안정화기금보다 위험 성향이 강한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카타르투자청(QIA)=석유수입관리를 목적으로 하며 2005년도에 설립됐다. 석유 가격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자산에 투자한다. 해외 자산 매입에 적극적이다. 런던증권거래소(15.1%)와 폴크스바겐(17%), 해러즈 그룹(100%)의 대주주다. 2010년에는 해러즈그룹 지분(22억 달러)과 인도네시아 친환경에너지 회사 지분 5%(10억 달러)를 인수했다. 캐나다 페어모트래플즈호텔 지분 40%를 8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국투자공사(KIC)=늘어나는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기 위해 2005년 7월 설립됐다. 2006년 글로벌 채권 투자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대체투자로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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