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좀 더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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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과 고용노동부가 어제 ‘공공 부문 비정규직 고용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다. 당정은 비정규직 근로자 34만 명의 일자리를 분석해 이 중 9만7000명을 내년 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하나는 정규직과의 차별대우 개선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도 정규직이 받는 수당과 근로복지기금 등의 복리 후생 혜택을 똑같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별도의 차별개선 가이드라인도 따로 발표했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각종 복리후생 및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할 때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너무 많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비정규직 600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 근로자 세 명당 한 명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사실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이보다 230만 명가량 더 많다는 게 중론이다. 근로자 두 명당 한 명이란 계산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도 너무 낮다. 월평균 급여가 정규직 근로자의 60%밖에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은 80%가 넘는다. 그만큼 비정규직은 취약하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크다. 그러니 공공 부문에서만이라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나선 당정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문제는 방법이다. 아무리 공감이 가는 정책이라고 해도 방법이 잘못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가 정부·여당의 소통 부재다.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정책은 정규직과의 차별 대우 개선이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아니었다. 지난 9월 발표된 대책도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임금을 정규직의 80%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줄곧 강조해왔던 것도 네덜란드식 모델이었다.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면서 정규직과의 차별은 없애는 게 일자리를 늘리는 해결책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왜 정책 방향이 바뀌었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다. 이번 대책을 두고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많은 건 그래서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는지도 미지수다. 비정규직 문제는 양날의 칼이다. 양극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이기도 하다. 정규직 고용의 탄력성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만 강조하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자(內資)의 해외유출은 늘어나고, 외자(外資)의 국내 유치는 더욱 힘들어진다. 정규직 전환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좀 더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