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아이 창의력 키우기 이렇게

중앙일보

입력

김동욱(왼쪽)씨와 준석(가운데)·민석군이 물체 속에 담긴 과학원리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 분당구 서현동의 한 가정집. 아빠 김동욱(41)씨와 아들 민석(경기 분당초 6)·준석(경기 분당초 4)군이 김씨의 손에 들려 있는 4개의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물체를 처다보고 있었다. 이 물건는 영재교육원 과제인 ‘나만의 시계 만들기’를 해결하려고 아빠와 민석군이 함께 발명한 ‘빛의 잔상을 이용한 시계’다.

아이 눈높이 맞춘 ‘열린 대답’ 필요

 김씨는 “평소 민석이가 선풍기나 자동차 바퀴를 보며 잔상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어 시계를 만들게 됐다”며 “부모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파악해 지적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되도록 두 아들과 시간을 자주 갖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서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좋은 조언자다. 하지만 김씨가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할 때 명심하는 사실이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열린 대답’을 하는 것이다. “어른의 생각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창의적이고 엉뚱한 질문이 많아요.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대답을 해야 아이의 생각의 깊이도 커지게 되죠.” 한 번은 민석이가 김씨에게 ‘시간의 속도’를 물은 적이 있다. 김씨는 “속도를 구하는 공식에 이미 시간이 포함돼 있으니 그건 틀린 말”이라고 대답했다. 전형적인 ‘닫힌 대답’을 한셈이다. “대답하고 난 뒤 ‘아차’ 싶더군요. 아이들의 눈높이로 생각해보니 새롭더라고요. 민석이에게 다시 ‘재미있는 질문이다. 함께 고민해 보자’고 얘기했죠.”

 이런 교육 방법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민석군은 지난 4년간 과학과 관련된 크고 작은 대회에서 14번이나 수상했다. 준석군도 지난 4월 열린 ‘경기도학생발명품경진대회’에서 ‘다재다능 책상’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책상에 독서대, 다용도 꽂이, 연필깎이, 작은 휴지통이 붙어 있고, 앞다리에만 바퀴가 달려 있는 책상이다. 민석·준석군은 “평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발명품이 떠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나 형식에 얽매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결과다.
 
생각이 상상으로 이어져 창의력 향상
 
 신은영(43·여·경기 분당 수내동)씨도 아들 조현준(경기 내정초 5)군에게 항상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배우는 모든 지식이 학습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방식의 교육은 결국 한계가 올거라고 생각해요. 과정 속에서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 게 훨씬 큰 재산이죠. 그 안에서 창의력도 커질 수 있고요.” 이런 생각은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왔다. 중학교때 전교 1등만 했던 신씨는 연합고사에서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신씨는 그 이후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문제만 풀고, 시험만 대비하기 보다는 스스로 지식을 쌓고, 배우는 기쁨을 알아가는 공부를 하길 바랍니다.”

 조군은 현재 체험 위주의 학원을 제외하고는 사교육을 받고 있지 않다. 신씨는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사교육을 끊었다. 4학년 때 남들처럼 영어·수학학원을 다니던 조군은 조금씩 지쳐갔다. 아이가 특별히 뭔가 고민하지 않아도 눈앞에 할 일이 있었다. 생각할 시간이 없어진 셈이다. “수학성적이 오히려 떨어졌어요.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아이가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를 원해서는 안 된다’고 그때 깨달았어요.”

 그 후 아이는 스스로 공부 계획을 짜고, 학습을 하고, 점검하고 반성하는 습관을 길렀다. 시간이 많아지자 창의력도 함께 커졌다. 뭔가를 상상하거나, 그리고, 발명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조군은 이제 ‘발명’을 즐기는 사람이 됐다. “발명은 우리 생활 속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과정입니다. 어렵거나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건 아니죠.” 신씨는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계속 보냈다면, 이렇게 창의적인 아이로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다른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법이 우리아이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 질문에 역질문, 함께 활동하면 효과적

 창의력을 키우려면 부모가 아이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와이즈만 분당1관 조수경 원장은 “창의력은 잠재돼 있기 때문에 어려서 개발해 주는 게 필요하다”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어떤 현상에 대해 궁금해 하면 궁금증이 생긴 이유를 자세히 물어보고, 아이가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게 도와줘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부모가 해결해줘서는 안 된다. 시매쓰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방향을 알려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해주는 정도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역으로 질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스로 답을 찾고, 또 다른 의문을 갖게 된다. 새로운 질문은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일 수 있다. 조 원장은 “이렇게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면서 지식이 확장되고, 사고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간단한 관찰이나 활동을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가 “해는 왜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나요?”라고 질문하면 해와 지구의 위치, 운동에 대해 알아보게 하는 방식이다. CMS영재교육연구소 한태훈 소장은 “부모가 함께 고민하는 모습도 생각하는 습관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는 지구 역할을 하고, 부모가 태양이 돼 간단한 지구와 태양의 운동에 대한 간단한 활동을 하면된다. 한 소장은 “‘달의 모양이 변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확장된 질문으로 던져도 좋다”고 말했다. 해에서 달, 별, 우주, 공기처럼 같은 분야거나, 연관된 분야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여러 가지 지식을 전달하면, 아이의 흥미를 발견하기도 쉽다. 아이가 어려워하면 책이나 영화처럼 이미지를통해 이해시키면 된다. 하지만 창의력을 단기간에 키울 수는 없다. 조 원장은 “아이와 부모 모두 인내심을 갖고 한 걸음씩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김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