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루수는 신기록 제조기

중앙일보

입력

은빛 다이아몬드의 정점 2루가 연속 경기 기록으로 빛나고 있다.

지난해 롯데 2루수 박정태는 31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또 SK 2루수 최태원은 지난해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경신해 계속 기록을 진행 중(7백21경기)이다.

이와 함께 현대 2루수 박종호는 지난 13일 최다 연속 경기 출루 신기록(59경기)을 만들었다.

왜 2루수가 연속 경기 기록의 주인공이 될까. 2루수들은 대부분 유격수 출신이지만 큰 무대인 프로에서 보다 재능있는 선수에게 밀려난 경우가 많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생존의 법칙을 터득해 적응에 성공한 것이다. 하드웨어(신체 조건)도 대부분 좋지 않다.

선수치고는 작은 키에 힘이 장사도 아니고 어깨도 좋지 않고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선수들이 2루에 모인다.

그러나 2루수는 말 그대로 '2인자' 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평범한 선수들이 경쟁하는, 어쩌면 가장 치열할지도 모르는 2루에서 살아 남은 생존자다.

2루수 중에 '야구 천재' 가 없지만 '연습 벌레' 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2루수 가운데는 화려한 홈런 타자가 없지만 팀을 위해 제몫을 다해내는 성실이라는 중요한 소프트 웨어를 갖췄다.

바로 연속 경기 기록의 필수 조건이다. 2루수는 특히 내야 수비를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유연한 상황 판단력이 필요하다.

연속 경기의 고단함과 돌발 상황을 헤쳐나갈 끈기와 적응력이다. 2루수는 무엇보다 부상의 위험이 큰 더블 플레이의 격전지 2루를 지킬 만한 투혼이 필요하다.

최태원.박정태.박종호는 야구판에서 소문난 '악바리' '독종' 으로 불린다.

바로 이런 패기가 그들의 '연속' 기록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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