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업체 L&H 한국시장 휩쓴다

중앙일보

입력

벨기에 음성인식업체인 L&H가 한국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 국내 음성인식기술 시장에서 `제2의 퀄컴''으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마져 나오고 있다. L&H코리아(대표 홍찬선)가 국내 시장을 휩쓸자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국내 토종 음성전문업체들은 생존에 관한 위기의식까지 느끼면서 일부 업체들은 이에 반발,`反 L&H''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의 올 1.4분기 매출은 1억1천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시장은 53%인 5천89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시장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만7천달러에 비해 1년 사이에 무려 5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L&H가 한국 시장에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선 국내 음성인식 및 합성기술 벤처기업인 범일정보통신을 지난해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고객을 기반으로 탄탄한 영업전략을 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세계적인 브랜드와 음성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외제선호도가 깊고 안전위주로 판단하는 국내 기업들이 이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 인터넷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그동안 텍스트 위주로 된 서비스에서 음성인식 서비스가 가미된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L&H가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의 전체 매출액에서 한국시장 점유율이 53%를 차지한데 이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구구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L&H측이 한국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내세워 `고가정책을 펴고 있고 고가영업전략과 더불어 계약후 대부분 수개월안에 계약료를 내는 ''선불방식 라이선스'' 영업정책을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토종 음성인식업체들의 경우 국내에서 나름대로 기술력을 확보하고있다 해도 한달 매출액 1억원을 달성하기 힘든데 비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L&H 기술을 도입한 한 업체 관계자는 "L&H가 음성인식 기술에서 토털서비스를제공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도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L&H가 국내 시장을 석권하자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생존마저 위협당하는 것이 아니냐며 `反 L&H 전선''을 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마저 국내 경쟁업체들로 부터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L&H 코리아측은 한국시장에서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L&H가 음성인식시장에서 원천적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고가영업정책 등에 대해서는 "본사의 의견이 나오지 않는 한 공식적인 답장을 해 줄 수 없으며 한국에서 임의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L&H가 당분간 한국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지켜나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는 토종기업들이 언제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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