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넷 시대 맞아 꽃피는 첨단직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웹’자 붙은 직업이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다. 과거 ‘사’자 직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의욕적으로 창업했으나 전문인력 부족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벤처기업들도 상당수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부르는 게 ‘몸값’이다. 다양한 첨단직종으로 속속 분화하며 21세기 최고의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세상의 주역 ─ ‘웹’자 직업의 세계를 살펴본다.

웹직업의 세계가 끝없이 분화하고 있다. 모든 전통적인 직종 앞에 ‘웹’자를 붙여 새로운 직종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사이버 분야가 전체 산업의 진부분집합이었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웹을 새로운 활동영역으로 선택한 과거의 모든 직종들이 새로운 이름을 얻어 신종 직업의 세계에 등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의 웹세계 내부에서도 분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인터넷 전분야의 기술발전 속도가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분화의 모습을 웹디자인 분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웹디자이너는 알아도 웹코딩 전문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과거 벤처기업에서는 웹디자이너 한사람이 사이트 요소의 디자인과 코딩하는 작업을 동시에 처리했다. 지금도 상당수의 웹디자이너들은 미술적인 테크닉과 함께 각종 툴과 코딩을 배우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러한 웹디자인 부분에서 최근 새롭게 분화된 직종이 웹코딩 전문가다. 전문적인 코딩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웠던 1세대 웹디자이너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코딩 전문가들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웹디자이너는 시각적 효과의 미적 극대화에 전념하고, HTML 문법에 통달한 코딩 전문가가 웹디자이너의 작업을 웹에 연동시킨다. 전문화를 지향하는 분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방송국이 줄이어 개국하면서 신직종군(群)이 대거 탄생했다. 웹방송PD·웹자키·웹방송리포터 등이 그것이다. 공중파나 케이블방송의 직종이 고스란히 웹상으로 옮겨온 측면이 있으나 웹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결코 수행할 수 없는 신직종들이다.

기존 직종의 웹化, 전혀 새로운 직업의 탄생

기존의 직종들과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웹직업의 탄생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웹커뮤니티 가드너·웹프로젝트 매니저·웹서퍼·웹브랜디스트 등의 낯선 이름들이 대중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발한 운영을 주도하는 웹커뮤니티 가드너, 웹사이트 구축을 총괄하는 웹프로젝트 매니저, 다양한 웹사이트를 분류하고 등록하는 웹서퍼들이 실제 직업의 현장에서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의 적합한 이름을 찾아주는 일종의 웹작명가라고 할 웹브랜디스트는 아직 독립된 직종이라 할 수 없어도 향후 고소득의 유망한 직종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웹사이트의 기술적인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 ‘트라이앵글’ 직종은 웹마스터와 웹디자이너, 그리고 웹엔지니어로 보면 된다. 이 세 개의 직종은 인터넷 초창기에는 확실히 분화돼 있지 않다가 최근 뚜렷한 분화과정을 거친 직업군이다.

웹마스터는 현재 분화된 웹기술 관련 직종의 대부(代父)격에 해당하는 직종이다. 과거에는 웹마스터가 HTML 코딩작업, 서버 관리는 물론 디자인에 이르는 사이트 운영상의 전과정을 도맡아 처리하다시피 했다. 이중 코딩 작업과 디자인은 웹디자이너가, 서버 관리 등 하드웨어적 요소는 웹엔지니어가 맡게 됐다. 최근 추세는 웹마스터가 기술적인 측면보다 사이트의 전반적인 운영에 치중하면서 웹 운영자, 또는 웹커뮤니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웹마스터에서 분화된 또 하나의 직종으로 웹매니저가 있다. 웹매니저는 사이트와 컨텐츠를 운영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웹마스터의 역할과 사실상 구분하기 어렵다. 웹마스터가 기획과 관리에 비중을 두는 반면 웹매니저는 웹디자인 등 기술적 측면에 치중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웹매니저의 역할이 아직 정착된 것은 아니나 테헤란밸리의 일부 업체 가운데는 웹마스터와 구별되는 웹매니저 자리를 신설, 웹마스터의 과중한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인터넷 쇼핑몰사업이 번창하면서 웹마케팅 전문가들의 출현도 신직종의 탄생에 한몫 했다. 현재 운영중인 국내 쇼핑몰들은 웹마케팅팀을 운영한다. ‘웹’자가 붙기는 했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의 영업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추진하는 편이다. 사이트 제휴 업무, 각종 이벤트가 새롭게 추가돼 있으며 홍보와 영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마케팅팀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1998년 이후부터 쇼핑몰업체에 새롭게 등장한 전문직종 중에는 웹머천다이저(웹MD)가 있다. 기본적인 마케팅 지식에 통달해야 하며 인터넷에 대한 지식, 특히 전자상거래의 관행과 노하우에 정통한 인물들이 주로 기용된다. 특정상품을 기획하고 구매·판매하는 일을 총괄하는 웹MD들은 최근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

웹직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강남지역의 대형 컴퓨터학원에는 웹마스터 과정을 신청하는 지원자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하루 2시간씩 8∼10개월을 공부해야 하는 이 과정에는 대학생과 미취업자, IT업체로의 이직을 꿈꾸는 오프라인기업 회사원들이 수강을 신청한다. 늘어난 수강생을 수용하기 위해 강의실을 늘리는 곳이 많고 임시로 옆 건물을 임대해 강의실을 연 학원도 있다.

9월17일로 시험일자가 임박한 국가 공인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시험도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처음 치러졌을 때를 연상케 하는 열풍이다. 한국경제신문·생산성본부 등에서 수강생을 모집한 결과 정원을 훨씬 상회하는 수강생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5월4일 처음 방송된 EBS-TV의 ‘자격증을 땁시다 - 전자상거래관리사’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인기강좌인 공인중개사의 3배에 달했다. EBS의 자회사인 E에듀닷컴과 영진출판사에서 각각 출간한 수험서 “전자상거래관리사”는 모두 수험서 부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높은 인기에 비해 근무여건은 힘들어

‘웹’자 돌림의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테헤란밸리를 중심으로 넘쳐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아직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는 세대인 까닭에 회사간 스카우트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고액의 연봉을 주고 능력있는 웹 전문가를 영입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요즘 벤처기업 CEO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소프트랜드 신석근 사장은 “벤처기업 운영에서는 인력관리가 최우선이며 그 점이 능력있는 CEO를 평가하는 잣대”라고까지 말한다. 팀 전체가 집단으로 이직하거나 아예 다른 회사를 차려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매년 수천개의 벤처기업이 창업하면서 회사간 인력이동 양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통 8~10개월 코스의 IT 관련 학원 졸업생들이 100% 취업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웬만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웹 인력들은 전문가 수준의 경력자이며 학원을 갖 졸업한 초년병들은 가까스로 취업했다 해도 연봉 1,200만원 이하의 박봉을 면할 길이 없다.

경력 2∼3년차 웹 기술자의 연봉은 1,800만∼ 2,000만원대. 사이트 구축 경험이 풍부하거나 커뮤니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인정되는 인력에게나 2,500만원 정도의 연봉이 보장될 뿐이다. 억대 연봉과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스톡옵션을 받는 전문가들도 분명 존재하나 그들은 극소수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진단이다.

웹 전문가들의 노동강도는 그들이 받는 연봉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취재에 응한 웹 전문가들의 퇴근시간은 거의 예외없이 밤 10시 이후이며 새벽까지 계속되는 철야근무도 심심치 않게 돌아온다.
최근 주식가격의 폭락도 이들의 물질적 고민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제3시장에 등록한 벤처업체에 근무하는 한 웹 엔지니어는 “장외에서 4만∼5만원대에 거래되던 회사의 주가가 1만원대 이하로 떨어져 버렸다”고 푸념한다. 이런 가격대에서는 2년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본들 수백만원의 옵션 이익을 챙기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펀딩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존폐 문제가 걸린 한 인터넷회사 웹디자이너의 고민도 심각하다. “2차 펀딩에 실패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데 스톡옵션만 믿고 소같이 일한 지난 1년반이 너무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해 갚기로 하고 미리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아 주식투자를 했던 웹 전문가들도 부지기수다. 지난봄 하락장에서 엄청난 손해를 본 그들은 매일 자신이 속한 회사의 주가동향을 살피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그러나 테헤란밸리에 모여든 웹 전문가치고 그 세계에 입문한 것 자체를 후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 대부분이 인터넷 경제의 무한한 팽창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경제가 팽창하는 한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웹직종간의 경계가 느슨한 것도 웹직업 종사자들이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기술, 마케팅, 관리 분야 등 한 분야 안에서는 언제든 직종변경이 가능한 것이 이들의 직업세계다. 향후 새로운 직종이 계속 창출된다 해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또 한번의 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믿음이다.

새로 생긴 사이버 직업 30 (가나다순)
직업명하는 일웹 AE
웹 MD
웹 PD
웹 검색사
웹 광고기획자
웹 기자
웹 디렉터
웹 디자이너
웹 마스터
웹 마케터
웹 매니저

웹 무역 딜러
웹 방송리포터
웹 방송PD
웹 브랜디스트
웹 서퍼
웹 엔지니어
웹 자키
웹 정보분석가
웹 증권전문가
웹 출판기획자
웹 카피라이터
웹 커뮤니티가드너
웹 컨설턴트
웹 컨텐츠기획자
웹 코디네이터
웹 큐레이터
웹 프로그래머
웹 프로모터

웹 프로젝트 웹 광고 제작과정에서 기획부터 진행까지 전 과정을 관리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 구매 및 관리를 담당
사이트의 성격에 걸맞은 컨텐츠를 개발·운영
인터넷 상의 정보를 검색, 필요한 정보를 제공
인터넷 광고에 대한 내용을 전문적으로 기획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는 사이버 기자
홈페이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전체적인 구성을 감독
웹페이지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 좀더 효과적으로 제작
웹페이지의 운영에 따른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기반한 각종 마케팅 활동 전담
웹 마스터의 역할에서 세분화되어 웹페이지의 컨텐츠와 디자인을 전반적으로 관리
인터넷을 통한 무역거래를 성사시키는 역할
네티즌들의 관심 뉴스를 웹 상에서 신속하게 전달
인터넷 방송의 기획부터 편성, 제작에 이르는 과정을 총괄
사이트에 어울리는 적당한 브랜드 네임을 작명
다양한 웹 사이트를 찾아 분류하고 등록
웹 마스터에 비해 좀더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
인터넷 방송국에서 연예·문화 관련 정보들을 실시간 방송 진행
웹 상의 각종 정보들에 대해 가치나 영향력을 검토·평가
일반적인 증시 현황을 분석해 웹 상에 기고
인터넷으로 어떤 책을 어떻게 출판할 것인지를 기획
인터넷 광고에 필요한 전문적인 카피를 제작
인터넷 상의 각종 커뮤니티의 활발한 운영을 담당
웹 서버 구축과정과 마케팅 방법 등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
웹에 어울리는 각종 컨텐츠를 기획
웹 디자이너와 웹 기획자의 중간단계의 역할
웹 상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전시회를 구성
웹을 기반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작
많은 방문자가 찾도록 웹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수행되는 제반사항을 기획하고 실행
웹사이트 기획에서 구축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해당 사이트의 상품성을 높이는 일을 주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