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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교장 앙상블 리더십, 입학 지원 7명뿐이던 칠곡고에 60명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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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북 칠곡군 지천면 칠곡고·신동중 음악 동아리 ‘신동 앙상블’ 소속 학생들과 이성호 교장(가운데)이 학교 강당에서 교가를 연주하고 있다. [칠곡=공정식 프리랜서]

변화를 누구나 반기는 건 아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어도 봉급이 나오는 교직에선 새 시도를 하는 교사들이 발목을 잡혀 좌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교장이 답이다. 학교의 의사결정권자인 교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파급력이 크다. 교사·학부모·학생을 이끌고 다른 학교에 견학 다니고 예산을 따오는 CEO형 교장, 성적 올리기보다는 학생의 잠재력부터 일깨우는 교장…. 잘 되는 학교는 교장의 눈빛이 다르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리의 칠곡고와 신동중. 3층짜리 건물 한 개를 나눠 쓰는 두 학교의 전체 학생은 153명. 교사도 18명뿐이다. 칠곡고는 문제 학생들이 다닌다는 낙인이 찍혀 그동안 신동중 졸업생만 입학했다. 지난해에는 신동중 졸업예정자가 7명밖에 없어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연말에 사정이 확 달라졌다. 올해 1학년 신입생 30명 모집에 5~6개 중학교에서 60명이 지원한 것이다. 1년 만에 ‘기피학교’를 인기학교로 바꾼 데는 이성호(54) 교장의 리더십 힘이 컸다. 지난해 3월 그가 부임했을 때 칠곡고는 군내 6개 일반고 중 입학 성적이 가장 낮았다. 신동중은 전교생의 42%가 급식지원 대상일 만큼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았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져야 성적도 오를 것이라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음악동아리 ‘신동’ 앙상블(ensemble·조화라는 뜻의 프랑스어, 여럿이 하는 연주를 의미)을 만들었다. 예산을 쪼개 1000만원으로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사서 두 학교 학생 10명으로 합주반을 만들었다. 학부모 반응은 시큰둥했다. 교사들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게 낫다는 눈치였다. 이 교장은 변화로 보여주겠다며 재능기부 외부 강사를 섭외했다.

충북 충주예성여고 김동욱 교장(가운데)과 학생들이 학교 북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4시간의 앙상블이 울리자 작은 시골학교가 달라졌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평균 성적이 20~30점대였던 신동중 3학년 지은(가명·15)양에게 꿈이 생겼다. 악보조차 읽을 줄 몰랐지만 악착같이 계이름을 외워 바이올린을 배웠다. 지은양은 “빈칸이던 장래희망란에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썼다”며 웃었다. 50대 여교사 2명도 이 교장과 함께 바이올린·클라리넷을 배웠다. 1학기 말 첫 공연이 끝나자 학부모들도 지지자가 됐다. 2학기에는 학생이 배로 늘었고 최근 1년 반 동안 50여 차례 공연했다. 올 초에는 독지가(篤志家)가 매년 7500만원을 후원키로 약속했다.

 ‘신동 앙상블’은 성적 향상 기적을 일궈냈다. 칠곡고는 2009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미달 학생비율이 국어 3.6%, 수학 35.7%였지만 지난해는 두 과목 모두 ‘0’이었다. 정부로부터 2년 연속 학력향상학교로 지정돼 8000만원을, 창의인성 모델 학교로 뽑혀 2000만원 등을 지원받았다. 이 교장은 이렇게 외부 자금 3억원을 유치했다. 이 돈은 방과후 수업과 야간 부진학생 보충수업, 일요 심화교실 운영에 쓰인다. 저녁 급식도 공짜다.

 충북 충주예성여고 김동욱(56) 교장은 2009년 3월 부임 이래 하루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학교 발전 아이디어를 얻으려 참석한 세미나만 50번, 탐독한 연구보고서는 200편이 넘는다. 컴퓨터 축적 자료도 4.2GB 분량이다. 1982년 개교 후 비평준화인 충주시내 5개 일반고 중 꼴찌였던 이 학교는 지금 지역 명문고가 됐다.

 부임 직후 김 교장은 교과교실제 카드를 꺼냈다. “학생들은 열등감에, 교사들은 무기력에 빠져 있었습니다.” 김 교장은 교과교실제가 아이들에게 흥미를, 교사들에게 열정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학교 노하우를 배우려 교사·학생·학부모를 데리고 10여 곳을 벤치마킹했다. 비판만 하는 원로 교사에게는 ‘형님’ 하며 밤새 술을 마시며 설득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충북에서 유일하게 전 과목 교과교실제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학교 전체를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5개 존으로 나눴다. 중하위권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해 상·중(3개반)·하 등 5개반 수준별 수업을 한다. 복도에 도서관을 둬 사서 없이 마음대로 책을 볼 수 있게 해 2010년 학생들이 에듀팟에 올린 독후감 편 수 전국 1위를 했다. 2009년 기초 이하 학력 비율이 42.6%에서 올해는 13.6%로 급감했다. 김 교장은 “교장이 뛴 만큼 학교는 변한다. 교장부터 권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팀=김성탁(팀장)·이원진·윤석만·김민상 기자

학교 어떻게 바꿨나

▶ 이성호 교장 경북 칠곡고

1. 음악동아리 ‘신동앙상블’ 결성해 학생들 자신감 회복
2. 외부 예산 끌어와 방과후 교실, 저녁 급식 등 무상 실시
3. 기초학력미달 학생비율(수학) 2009년 35% → 2010년 0%

▶ 김동욱 교장 충북 충주예성여고

1. 2009년 3월 부임 후 교과부 주관사업 등 지원해 89억원 확보
2. 전과목 교과교실제 충북서 유일하게 운영, 자율형공립고로 지정
3. 기초학력 이하 학생비율(국·영·수) 2009년 42.6% → 올해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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