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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1430억 … 새희망홀씨대출 연말 대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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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등급 7등급인 이모(30)씨는 최근 국민은행을 찾았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은행에서 소액대출을 해준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상담 끝에 그는 400만원을 연 13% 금리에 새희망홀씨 대출을 받았다. 그는 “일반 은행은 문턱이 높아 엄두를 못 냈는데 다행히 한도가 나왔다”며 “저축은행에서 연 34% 금리로 빌린 340만원을 상환하니 월 이자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은행에서 새희망홀씨 대출을 받는 저신용·저소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6개 주요 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농협중앙회)이 지난달 판매한 새희망홀씨 대출금액은 1430억원. 전달보다 실적이 67%나 늘었다. 1~8월의 월평균 실적(578억원)과 비교하면 2.5배로 껑충 뛰었다.

 새희망홀씨는 저소득층(연소득 3000만원 이하)이나 저신용자(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5~10등급)에게 최고 2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은행권 서민금융 상품이다. 대출 대상이나 한도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지난달 실적이 급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할당량 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앞서 각 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로 지난 7월에 올해 새희망홀씨 목표치를 20% 상향 조정했다.

 늘어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은행들은 금리를 낮춰주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새희망홀씨 금리를 0.5%포인트 깎아주고 있다. 국민은행도 이달 말까지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한해 0.5%포인트 금리를 할인해 준다. 신한은행은 9월부터 종전보다 0.5~1%포인트 낮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일선 영업점도 새희망홀씨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들이 영업점 경영성과평가(KPI) 체계를 바꾸면서 가계대출 실적은 빼고 새희망홀씨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A은행 개인여신 담당자는 “지금은 전 영업점이 새희망홀씨에 매달리고 있다”며 “일단 뒷일은 생각 안 하고 무조건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덕분에 9월까지 60%대에 그쳤던 은행들의 목표 달성률은 놀라운 속도로 치솟았다. 은행들의 총력전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국민은행은 18일 목표액(각 1300억원, 1800억원)을 돌파했다. 21일 목표금액(625억원)을 채운 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연말까지 올해 목표치의 12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 우리은행은 다음 달 초쯤이면 목표치(각 1900억원, 175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대출이 급증하면서 부실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 새희망홀씨 연체율은 은행마다 1~4%대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은행 새희망홀씨 담당자는 “지금은 취급액이 워낙 빠르게 늘어 연체율이 높지 않아 보이지만 연체금액 자체는 계속 늘고 있다”며 “은행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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