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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란 긴급점검] 수출차질·신인도 하락 우려

중앙일보

입력

은행 총파업으로 금융대란이 일어나면 대기업에 비해 비조직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중소기업과 소규모 무역업체들은 당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이에 따라 단기자금 확보를 위해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금에 나서는 한편 어음 만기연장을 당부하고 있으며 은행쪽 실무자들을 접촉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담보력이 약해 기존의 거래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에따라 산업자원부, 무역협회 등에 설치된 애로신고센터를 적극 활용하고 자체 비상대책반을 편성, 가동할 계획이다.

인천에서 금형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재영정공의 김학권 사장은 금융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김 사장은 "평소에는 거래처로 입금된 돈을 주거래은행에 이체해 운용했는데 이번에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은행으로 자금을 몰아놨다"면서 "아직은 2주 정도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정상적인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최악의 경우 거래처를 일일이 방문해서 수금을 하고 또 만기어음에 대해서도 거래처에 직접 양애를 구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은행 파업에 대비, 그동안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은행들로 결제 자금을 일부 돌려놓는 등 조치를 취해 당장은 문제될 게 없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책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코오롱 자금담당 관계자는 "회사내에서 필요한 경상비용은 이미 현금으로 인출해 평소 잔고보다는 넉넉하게 비축해 놓았고 거래상 결제자금도 파업에 참여하지않는 은행들로 일부 돌려놓았다"며 "그러나 몇십억 단위의 결제자금을 일시에 타 은행으로 돌릴수도 없는데다 새로 당좌거래를 시작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말했다.

삼양사 관계자도 "지방 사업장으로의 송금자금은 파업불참 은행으로 당분간 돌려놨으며 수출 신용장 개설 등도 파업기간 이후로 처리하기로 하는등 나름대로 파업시나리오를 짜서 대책을 세워놨다"며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주 중 대책을 새로 짜야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업계는 은행 총파업으로 무역금융에 차질을 빚을 경우 대외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클레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금융노조 파업에 대비 ▶매입의뢰(nego) ▶신용장(L/C) 개설 ▶무역대금 결제 등 3개 부문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담보 등의 문제 때문에 기존 거래은행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각 은행에 대체인력을 외국환업무에 최우선 배치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금융애로 신고센터와 비상대책반을 10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무협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입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대금 지연결제 등으로 클레임이 속출, 무역거래가 위축되고 국가신인도에 돌이킬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자부도 10일 종합상사 등 수출 관련 업체들이 금융노조 파업으로 신용장 개설과 수출 금융 업무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실태 파악 및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수출 업무와 관련한 주거래 은행과의 오랜 거래 관계 등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거래 은행을 바꾼다거나 계좌를 옮기는 등 조치를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파업 장기화에 대비한 대안 마련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수출 업체들로부터 파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직접 접수, 애로 요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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