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 그립 뺀 샤프트 정도면 ‘OK 거리’  고수끼린 그립 길이 정도만 허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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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호 19면

“오케이”는 주말골퍼들이 그린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공이 홀 근처에 있을 때 원 퍼트로 홀인시킬 수 있다고 인정하고 이후 퍼트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정확한 용어는 ‘컨시드’다.한국에서는 오케이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오케이?”라며 동반 플레이어의 동의 또는 선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동반 플레이어가 먼저 “오케이”라고 호기롭게 말해버린다.반면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오케이의 의미로 ‘give’ 또는 ‘Give m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오케이를 받을 만한 거리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한국의 오케이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김아영의 골프 룰&매너 <13> 컨시드의 기준

공식 게임에서도 컨시드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홀마다 승패를 결정하는 매치 플레이에서다. 매치플레이는 더 적은 스트로크로 볼을 홀에 넣은 플레이어가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골프규칙 재정집에서는 ‘플레이어는 매치가 시작되기 전 또는 끝나기 전에 그 매치의 승리를 양보할 수 있다’(규칙 2조4항)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규칙이 있음에도 프로선수들의 매치플레이에서는 어린아이도 홀에 공을 넣을 정도가 아니면 컨시드를 거의 주지 않는다. 두 명의 선수가 승부를 가르는 매치플레이가 심리전에 가까운 까닭이다. 30㎝도 안 되는 거리에서 컨시드를 주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약을 올리고 실수를 유도하는 것이다.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의 공식 게임에서는 컨시드를 인정하지 않는다. 홀 아웃 하지 않고 다음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스트로크하는 순간 그 선수는 실격이 된다(규칙 3조2항). 홀 아웃 하지 않고 볼을 집었다가도 다음 홀 티샷을 하기 전에 다시 가서 원래 있던 자리에 공을 놓고 치면 1벌타로 마무리된다(규칙 18조 2항). 마지막 홀일 경우는 퍼팅 그린을 떠나기 전에 잘못을 시정하면 실격을 면할 수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멀리건과 컨시드 없는 규칙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걸핏하면 “한번 더(멀리건)”를 외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조된다. 오바마는 파4홀에서 트러블샷이나 어려운 벙커샷으로 11타 만에 홀 아웃 해도 스코어카드에 정직하게 11을 적는다고 한다. 오바마는 부통령 등 참모진, 또는 친구들과 홀당 1달러 정도의 내기를 즐기는데 자신을 포함한 동반 플레이어 모두에게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한다.

일반 골퍼의 라운드에서는 짧은 거리의 퍼팅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컨시드가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스하면 기분 나쁘고 망신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짧은 퍼팅을 면제해 주는 것은 친선 라운드에 유연제 역할을 한다. 보통 오케이 거리는 33∼34인치 퍼터에서 그립을 뺀 샤프트 길이다. 고수들은 반대로 그립 길이(한 뼘 정도) 안에 들어와야 오케이를 준다.

오케이는 라운드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만들어주긴 하지만 원칙이 없어선 안 된다. 라운드 전에 동반자들이 모여 ‘버디 상황, 내리막이라 어려운 퍼팅 등은 오케이를 주지 않는다’ 같은 기준을 정하는 게 좋다. 고수가 초보자에게, 혹은 내기에서 많이 딴 사람이 많이 잃은 사람에게 선심 쓰듯 먼 거리에서도 오케이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오케이를 받고도 홀 아웃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오케이는 감사히 받고 연습 한 번 하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려주는 게 센스 있는 골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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