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성장의 추억’ 지닌 주식 찾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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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호 20면

직종에 따라 연말을 매조지하는 방법은 다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책상 위에 쌓여가는 증권사들의 ‘2012년 증시전망 포럼’ 초대장을 보면서 연말을 새감 느끼게 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내년도 전망을 발표하는 행사가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대략 내년에 대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이렇다. 큰 줄기에서 2012년 전체적으로 전약후강의 예상이 많다. 상반기까지는 유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미국의 회복 또는 중국의 내수진작 국면이 본격화하는 하반기에 모멘텀이 빛을 발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8.8배로 워낙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의 한국 증시가 10배 수준까지만 도달해도 코스피 종합주가지수 2200~2400선까지는 회복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8~10% 내외로 다소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원래 연말 전망이 미래에 대한 덕담 역할도 하기 때문에 내년의 ‘현실’보다는 내년에 대한 ‘기대’가 많은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다만 자료나 발표의 이면을 보면 박스권에서 탈출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뉘앙스와 신호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예상보다는 상당히 절제되거나 밋밋한 전망치가 많다. 그 첫째 이유는 1년 전 기대했던 시나리오(중국 소비성장, 선진국 회복)를 2012년에도 다시 예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움이 덜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세계경제 성장률의 한 단계 하락을 현실로 받아들여 신중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마켓이 다시 소비 증대의 깃발을 들고 선진국은 경기후퇴기를 겪겠지만, 올해와 같은 시장의 급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내년 전망이다. 유럽은 상반기 이후 안정, 중국은 상반기부터 서서히 긴축 완화, 미국은 바닥 다지기와 양적완화라는 3대 스케줄과 인플레이션 진정이라는 글로벌 환경이 맞아떨어져야 한국 증시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우선 팽팽한 국가 간 기싸움 때문에 양적완화를 위한 국가 간 공조가 완성되기 어렵다. 그리고 유럽의 위기가 잦아든다는 확신을 하기에는 지난 8월 이후 트라우마가 여전하다. 금융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의 재정지출 규모는 선진국의 83% 수준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본다면 선진국보다 3배 가까이 경기부양을 위해 지출했다. 이 때문에 올해 내내 브릭스(BRICs) 주요국과 아시아 신흥국들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달갑지 않은 후폭풍을 맞았다. 너무 과한 기대는 말아야 한다. 사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러브콜(?) 현상이 내년에도 답습될 텐데, 너무 앞서 최근 증시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도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역학 속에 업종을 초월하고 지역을 초월한 성장을 품에 안았던 기업들이 고객에게 수익률로 보답했던 것이 올해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년에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지나친 낙관과 지나친 비관도 접어두고 이런 저성장·저수익·저금리 상황에서 성장의 가시성이 높거나 구조적 성장의 영역을 개척하는 기업에 천착하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서 올 한 해를 반추해 보자. 2011년은 글로벌 경기변동성이 크게 휘몰아쳤고, 기존의 성장 스토리가 허물어지면서 글로벌 위험에 노출된 기업도 많았다. 하지만 꾸준히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지역, 새로운 사업기회, 시대변화에 따른 성장동력을 품에 안았던 다수의 기업이 주가지수와 무관하게 계속 상승세를 보였던 흐름도 분명했다. 구조적인 성장이 진행되고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한 기업과, 그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투자와 시간에 대한 인내가 좋은 결실로 나타난 것이 올해 같은 힘든 장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지난 1년간 코스피 2000선에서 고객들의 자산을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이 소중한 돈들을 지켜내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너무 앞서 구조적인 성장보다는 시장과 경기의 변동성에 너무 휩쓸리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 1년여 기간을 반면교사로 삼아 구조적인 성장주, 지금 좋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좋아질 주식, 최고경영자(CEO)가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고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 시대적 흐름에 부합되는 1등 기업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투자만이 역설적으로 고객의 자산을 지켜내는 가장 정직한 운용방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재형(47) 2004~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 운용본부장을 지냈다. ‘디스커버리’ ‘3억만들기’ 펀드 등을 맡았다. 지난해 말 김영익 전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자문사를 설립해 한 달도 안 돼 1조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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