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 홍경민 라틴 팝가수 변신

중앙일보

입력

리렌제를 연상시키는 멋진 외모와 화끈한 라이브로 기억돼온 가수 홍경민(24)이 스타일을 확 바꿨다.

최근 2년만에 낸 3집에서 그는 엉덩이를 뒤흔들며 열창하는 리키 마틴 풍의 라틴 팝가수로 변신했다.

흥겨운 라틴 댄스리듬을 타고 다소 복고적인 가요창법으로 노래하는 〈흔들린 우정〉이 타이틀곡이다.

뉴웨이브 스타일의 독특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그는 데뷔 당시엔 흥행과는 거리가 먼 록가수였다.

1997년 10월 데뷔앨범과 1년 뒤 2집 모두 록 아니면 록발라드로 채워졌다.

〈이제는〉〈내 남은 사랑을 위해〉등 타이틀곡은 대중의 정서를 좇아 록발라드로 했지만 전체적으론 립싱크 아닌 라이브로 승부를 거는 록뮤지션임을 강조했다.

신인으로는 버겁다 싶을 정도로 6차례나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무대마다 온몸을 구르며 샤우팅을 반복했다.

"다소 치기 어리지만 열정이 느껴지는 로커" 가 그의 닉네임이었다.

그러나 스타덤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변화의 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7월. TV에서 콘서트 실황을 본 프로듀서 김창환씨가 그에게 접근한 것이다.

신승훈.김건모.박미경.노이즈.클론 등을 키워낸 스타메이커 김창환은 그를 김건모만큼이나 성장 가능성 높은 싹으로 판단했다.

김창환은 그에게 록 대신 댄스팝을 권유했고, 그는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받아들였다.

"록은 순수하지만 그만큼 어리고 단순한 측면도 있어요. 그러나 댄스팝은 프로의 음악이죠. 돈과 결부된 음악이긴 하지만 고도의 기술과 만든 이의 정신력이 녹아든 고급상품입니다. 뮤지션이 승부를 걸 만한 장르죠. "

1년 가까운 작업 끝에 김창환은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육감적인 비트와 홍경민의 거칠고 시원스런 매력을 조화시켜 그럴듯한 팝음반을 만들어냈다.

비음 섞인 목소리를 가요풍 창법에 녹였고 분출하는 에너지 역시 화려한 편곡으로 세련되게 다듬었다.

거친 보컬 사이로 경쾌한 브라스.기타가 끼어 드는 시원한 팝 〈흔들린 우정〉과 절제가 느껴지는 서정적인 발라드〈널 보내며〉는 그런 특성을 대표하는 곡.

이 음반은 홍경민의 약동보다는 김창환의 지휘봉이 앞섰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홍경민으로서는 데뷔 3년 넘게 갈피를 잡지못했던 음악스타일을 진지하게 가늠하는 첫 단추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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