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지난달 30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소은(8·여·가명)이가 실려왔다. 간질 발작을 일으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사흘간 무심코 약을 끊은 게 화근이었다. 소은이가 병원에 왔을 때 소아청소년과 담당 교수는 지하 3층에서 회의 중이었다. 담당 교수는 전화를 받고 즉시 태블릿PC를 꺼내 병원의 진료정보시스템에 접속했다. 혈액·동공반사 등 응급실 의료진의 검사와 진찰 소견, 최근의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뇌파 검사 결과, 3년간의 진료 기록 등 소은이의 모든 정보가 떴다. 지체 없이 약물을 처방하고 뇌파 검사를 지시했다. 신속한 조치 덕분에 소은이는 이틀 만에 퇴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진료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이런 게 없었다면 담당 교수는 자기 진료실로 가 PC를 켜서 소은이 자료를 확인했을 것이다. 10~20분 진료 시간을 앞당긴 셈이다.
모바일 시스템은 회진(回診)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 태블릿PC로 환자 자료를 불러내 설명한다. 말로 할 때보다 훨씬 생생하다. 희귀병을 앓는 동훈(12·가명)군의 어머니(48)는 “병실에서 각종 검사 사진을 보며 설명을 들으니 쉽게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8월 의료진에게 450대가량의 아이패드(태블릿PC)를 지급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U헬스, 즉 유비쿼터스 헬스(ubiquitous health)의 한 장면이다. 정보통신기술을 생명공학에 접목해 예방·진단·치료·관리 등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세계 의료계가 U헬스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클리블랜드클리닉은구글·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개인이 손쉽게 의료기록을 저장·관리하는 온라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도 2009년부터 법무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12개 교정시설 수용자를 원격진료(화상카메라 등 진찰장비를 이용한 온라인 진료)하고 있다.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정에서 눈동자를 스캔하고 시계에 설치된 센스가 인체 정보를 감지해 병원으로 전송하고 바로 의사 상담을 받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양한광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