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기요하라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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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에서 기요하라 가즈히로(33)는 풍운아라 불린다. 86년 프로입문부터 그의 야구인생은 험난했다. 오사카 PL고교시절,고시엔우승의 주역이었던 기요하라의 꿈은 요미우리 입단이었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드래프트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기요하라 대신 그의 팀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구와타 마쓰미(現 요미우리 투수)를 지명한다. 친구인 구와타가 대학진학이라는 당초의 진로를 바꿔 요미우리행을 택하게 됨으로써,기요하라는 그토록 갈망하던 요미우리 대신 세이부에 입단하게 된다.

86년 프로입단후 기요하라의 활약은 눈부셨다. 기요하라는 신인때부터 거의 매년 25-30개의 홈런을 때리는 중심역활을 해주며, 세이부의 86-88, 90-92년의 두번에 걸친 일본시리즈 3연패를 이끈 세이부 황금시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공교롭게도 이당시 그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신인왕외엔 이렇다할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해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지만,그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퍼시픽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선수였다.

97년 FA로 그는 그토록 갈망하던 요미우리로 이적하게 된다. 그러나막상 거인軍으로 이적한 후 기요하라는 기대에 못미친 활약을 보인다.

처음엔 고질라 마쓰이와 함께 MK살인타선을 이룬다며 호들갑을 떨던 언론도 기요하라가 부진하자 등을 돌리며,신인거포 다카하시와 마쓰이로 스포트라이트를 옮겨갔다.

기요하라의 부진은 계속되어 98년 23홈런,99년 13홈런으로 갈수록 파괴력이 떨어지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단한번도 거인을 우승시키지 못하며, 과거 세이부의 제왕에서 요미우리의 문제아로 전락한다.

올해는 기요하라에게 더이상 떨어질 데도 없는 처참한 시즌이었다. 1루수 자리는 용병 마르티네스(33)에게 뺏겼고,부상과 부진으로 자신은 두달동안이나 2군에 있어야 했다.

그런 기요하라가 어제 7월 7일 주니치전에서 1군에 복귀하자마자 대타로 나서 승부를 결정짓는 쓰리런 홈런(시즌2호)을 쳐냈다. 통산 399홈런.

어제 경기의 히어로는 기요하라였지만 앞으로도 그가 계속 히어로가 될 여지는 대단히 좁다. 마르티네스,에토등이 있는 요미우리의 잘나가는 타선에 올해 고작 1할대를 치고 있는 그의 자리는 없다.당분간 대타나 백업요원으로 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산 400홈런에 기요하라는 한개만을 남겨두고 있다.하지만 그 400홈런이 화려하기보다는 한시대를 풍미한 대타자의 마지막 영광인것 같아 처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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