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40년 길러온 턱수염 밀었다…몰라보겠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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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시 인근 상 베르나르도 도 캄포에 있는 자신의 사저에서 면도를 한 뒤 부인 마리자 레치시아 여사(왼쪽)와 포즈를 취한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왼쪽 사진). 지난 1일 상파울루의 한 병원에서 후두암 치료를 받은 뒤 아내와 사진을 찍었을 때의 모습(오른쪽 사진)과 확연히 비교된다.[상파울루 로이터·AP=뉴시스·연합뉴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66)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덥수룩한 턱수염을 밀어버렸다. 백발 머리도 깨끗이 삭발했다. 후두암 치료를 위해서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시 인근 상 베르나르도 도 캄포에 있는 자신의 사저에서 턱수염과 머리카락을 밀었다. 부인인 마리자 레치시아 여사가 직접 면도에 나섰다. 룰라 전 대통령 측이 공개한 면도 이후 룰라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 콧수염만 남은 채 머리카락과 턱수염이 모두 사라졌다.

룰라는 노동운동가 시절이던 1970년대 부터 40년 가까이 턱수염을 길렀다. 노동운동 당시 그의 헝클어진 턱수염은 때묻은 작업복과 함께 룰라에게 과격 좌파운동가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턱수염을 부드럽고 너그러운 이웃집 아저씨가 연상되도록 연출했다. 이로 인해 룰라의 턱수염은 그의 당선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대통령 취임 후엔 말쑥한 양복차림을 더해 멋있는 신사 이미지도 구축했다.

지난달 27일 66번째 생일을 맞은 룰라는 이후 목에 통증을 느껴 28~29일 이틀간 상파울루 시내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고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31일부터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으며, 지난 6일 1차 치료를 끝내고 자택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달 말 2차 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삭발과 면도 역시 2차 치료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룰라 대통령의 암치료는 4개월가량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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