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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야권 통합 하려면 ISD 폐지 양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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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의 ISD 재협상과 관련한 제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총회가 16일 국회에서 열렸다. 정장선 사무총장, 김진표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왼쪽부터)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5시간30분에 걸친 의원총회 끝에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뉴시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16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민주당 의원총회를 초조한 마음으로 주시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 재협상’)에 대한 공식 답변이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의총은 5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였다. 발언에 나선 의원만 25명이나 됐다. 소속 의원 87명 중 74명이 도시락을 먹으며 격론을 벌였지만 의총 분위기를 지배한 건 역시 강경파들의 ‘비타협론’이었다.

 의총에 앞서 강봉균·김성곤 의원 등 ‘온건파’ 의원 13명은 당론을 바꾸려고 ‘작전’까지 짰다. 이들은 의총 전 조찬 회동에서 당론(‘선 ISD 폐기-후 비준’) 변경을 비밀투표로 처리하자고 제안할 것을 결의했다. 의총이 시작되자 온건파들은 잇따라 발언을 신청해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

 ▶강봉균 의원=우리들(온건파)과 강경파와의 입장이 다를 것이 없다. 단지 저항 방법의 차이, 폭력과 비폭력의 차이다. 드잡이하는 게 민주당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는데 지금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본회의서) 표결하자.

 ▶김성곤 의원=비준안 처리는 차기 정권, 차기 국회로 넘기지 말고 지금 결단해야 한다. 비준안 처리 여부에 대해서 무기명 표결 을 하자.

 두 의원의 발언에 박상천 의원도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강경파의 리더 격인 정동영 최고위원의 강한 반박에 부딪혔다.

 “나라 운명을 정하는 데 무기명 비밀투표는 비겁하다. ISD 폐기 당론을 유지해야 야권 통합이 된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제안은 독만두 먹고 나서 3개월 뒤 위장 세척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며 “독이 든 걸 알면 그걸 빼고 먹어야지 어떻게 국민에게 먹일 수 있느냐”고 했다. 여당과 협상을 주도했던 김진표 원내대표도 “대통령 제안이 미흡하고 실망스럽다”며 강경파 편을 들었다. 정범구 의원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빌라도 총독보다 예수를 팔아먹은 가롯 유다가 더 욕먹는다. 우리가 가롯 유다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총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건 온건파로 알려졌던 송민순 의원의 발언이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 의원은 FTA 찬성론자로 분류된다. 송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단한 결단이라도 한 것인 양 알려졌는데, 대통령 발언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과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외교협상은 대통령이 말로 약속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서를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송 의원의 발언이 상황을 정리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당 의총 후 강경파 의원들은 “기존 당론을 고수해 냈다”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민노당과 함께하는 외통위 회의실 점거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성곤 의원은 “한나라당에 ‘끝까지 인내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당론 변경 가능성은) 하늘만이 알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탄식하듯 말했다.

이철재·강기헌 기자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Investor-State Dispute)=한 나라가 정책을 바꾸거나 해서 손해를 본 외국 투자기업이 제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제소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한다. 외국 기업 차별정책 등에 따른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전 세계적으로 2500여 개 국제협정이 ISD를 채택하고 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최고위원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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