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국, 나라망신 훌리건 출국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영국이 '신사의 나라' 라는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술주정꾼과 축구경기장 난동꾼의 행패 때문에 외국에까지 망신살이 뻗쳤기 때문이다.

잭 스트로 내무장관은 4일 의회에서 축구장 난동꾼인 '훌리건' 들의 출국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선 국내 경기 관람이 금지된 훌리건이 4백여명이다. 또 지난달 벨기에의 '유로 2000' 축구대회 때도 상당수의 훌리건이 체포된 바 있어 이들 대부분은 법안이 통과되면 공항에서 여권을 압수당한다.

영국 정부가 이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는 건 영국 난동꾼들이 외국 경기장을 쫓아다니며 난동을 피우는 사례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 등 국제 축구단체는 "영국 정부가 훌리건들을 제지하지 못하면 주요대회에 영국 참여 제한을 검토하겠다" 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영국내에서도 야당과 축구협회가 "2006년 월드컵 유치 추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며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비난했다.

이 때문에 토니 블레어 총리는 최근 독일을 방문했을 때 이를 공개 사과하는 수모를 당했다.

화가 난 그는 훌리건 뿐만 아니라 영국 밤거리를 어지럽히는 주정꾼들도 일소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경찰총수들을 관저로 불러 "술에 취해 남의 집 문이나 도로의 교통표지물을 걷어차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받는 제도를 도입하자" 고 제안했다.

영국은 오후 11시15분에 술집 문을 닫지만 최근 술꾼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고성방가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의 제안은 경찰이 난색을 표시해 보류됐다. 영국은 당분간 술꾼들과 훌리건들 처리 문제에 골치를 앓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