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택자금대출 문턱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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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조건이 대폭 완화된다. 13일 국토해양부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소득기준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돈을 빌릴 수 있는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행 제도에선 부부 합산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연 5.2%의 금리로 최고 1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부부 합산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계층은 대출을 받아도 이자를 갚는 게 버거운 실정이다. 주택 구입 능력이 사실상 없거나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지원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한 계층을 대략 연소득 4000만원대의 가구로 잡고 있다”며 “부부 합산 연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주택 구입 여력이 거의 없는 계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애최초주택대출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소득기준을 400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위 전문위원실도 ‘2012년도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정책 수혜 계층의 폭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택구입자금 대출 실적은 2005년 8만1530건에서 2009년 1만5250건, 지난해 5973건으로 급감했다. 저소득층이 많이 구입하는 소형주택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대출조건 탓에 정책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 5.2%를 받고 있는 주택구입자금의 대출금리도 생애최초주택대출 수준(연 4.7%)으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토해양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5.0%였다. 서민을 위한 대출의 금리가 은행권 대출상품의 금리보다 높아 그만큼 서민 부담이 컸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근로자·서민 주택전세자금 제도를 크게 손질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서민은 전세자금을 최고 8000만원까지 연 4%로 빌릴 수 있다. 하지만 가구주의 소득을 기준으로 잡다 보니, 가구 전체의 소득은 많지만 가구주의 소득이 적은 경우에도 지원을 받는 모순이 발생했다. 또 소득기준에서 상여금이나 성과급 같은 부정기 소득을 제외해 연소득 1억원을 넘는 고소득자도 대출을 받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최종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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