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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의 옥쇄 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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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16강전>
○·쿵제 9단 ●·이세돌 9단

제9보(87~98)=힘은 산을 뽑고 기(氣)는 세상을 덮는다는 항우가 구리산에서 한신의 포위망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비감하다. 지금 이세돌 9단이 포위당한 이 대목에서 사면초가의 항우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검토실에선 수없는 변화도가 그려지고 있다. 의외로 살기 쉽지 않다는 얘기, 살자고 하면 살 수는 있으나 자칫 생불여사(生不如死)라는 얘기 등 거의 비관적인 분석만 나오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장고 끝에 87로 젖혔다.

 87에 대해 박영훈 9단은 “흑 대마를 스스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수”라고 말한다. 살 수도 있는데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묘한 뉘앙스다. 가령 ‘참고도’ 흑1로 먼저 끊으면 백은 2로 물러서야 하고 이쪽에서 선수 한 집이 보장되면 적어도 죽는 일은 없다. 하나 87을 먼저 두자 흑 89 때 백은 90으로 이어버렸다. 90은 다 잡자는 수다. 대담하고 뼈저린 강수다. 이세돌의 말 그대로 쿵제가 기풍이 변한 것일까.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이런 수순을 예상하면서도 87부터 두었다. 왜일까. 박영훈은 이렇게 분석한다. “바둑이 꽤 불리하다. 길게 가느니 아예 여기서 옥쇄전법으로 승부를 보자는 의지가 느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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