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병원 정상화 불구, 의료B2B2C 붕괴위기

중앙일보

입력

대부분의 인터넷 의료 사이트들이 전국 병·의원 폐쇄에 동참, 서비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환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진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것. 이 와중에 지역별 진료가능 의료기관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발빠르게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선생님 빨리 돌아와 주세요~

6월 24일 현재 전국 병·의원들의 집단폐업에 이어 의료사이트들마저 서비스를 중단,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의약분업과 관련, 6월 24일 현재 전국 병·의원들이 집단 폐업한 가운데 대부분의 인터넷 의료 사이트들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더군다나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를 부분 수용하는 최종협상안을 내놨으나 의사협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이번 ‘의료대란’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쩔수 없이 고통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의료대란’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의료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같다. 아직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안녕하십니까’란 인사 대신 ‘아프지 맙시다’란 말이 유행할 정도가 됐다. 또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발빠르게 편승해 각 지역별로 진료를 하고 있는 병·의원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KBS가 방영하는 의료 관련 프로그램 ‘병원24시’를 동영상 서비스하면서 잘 알려진 닥터크레지오(http://www.drcrezio.co.kr)는 병·의원들의 집단 폐업과 때를 같이해 전문의 상담 서비스를 중단했다. 닥터크레지오는 각 분야별 전문의들을 대거 확보, ‘사이버 종합병원’이라는 코너를 통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해왔다. 특히 지역별 사이버 종합병원까지 운영, 지역 네티즌들의 좋은 반응까지 얻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상담을 위해 원하는 전문의의 상담 코너를 클릭하면 ‘당분간 의사 선생님들의 사정으로 상담실을 폐쇄합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나며 시간이 지난 상담 내용밖에 제공하지 않는다.

‘사이버 종합병원’을 표방하며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닥터21(http://www.dr21.co.kr)도 사이트 첫머리에 ‘저희 사이트도 폐업에 동참하는 관계로 상담실 운영을 중단함을 알려 드립니다’ 라는 내용의 팝업을 띄워 놓고 있다. 인터넷상으로 종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건강샘(http://www.healthkorea.net) 역시 더 이상의 상담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

하정훈 소아과(http://www.babydoctor.co.kr), 배정훈 내과의원(http://myhome.hananet.net/∼windbird/), 사이버 건강마을(http://www. medkorea.co.kr)등 병·의원들이 운영하는 각종 사이트들도 서비스나 상담 코너를 잇따라 폐쇄했다. 각 상담 코너에는 환자들의 안타까운 질문들이 올려져 있지만 의사들의 답변이 없다. 환자들의 호소는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또한 자료조차 업데이트 되지 않아 시의성이 지난 데이터들만 사이트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의료 사이트들이 서비스를 중단하자 각 사이트 게시판에는 항의성 글에서부터 격려의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건이 엄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선생님 빨리 돌아와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호소했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인터넷 사용자는 “원망하기보다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4살 먹은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의사 선생님들의 의견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무슨 죄가 있나요? 지금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의사 선생님들을 원망하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람의 목숨과 건강이 달린 일입니다. 자동차 업계나 교통업계의 파업은 최소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학계의 파업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크나큰 모험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펴고 옳은 주장을 하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사람의 목숨이 위협받는다면…,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의문이 갑니다”라며 의사들이 진료 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별로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의 연락처와 현황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발빠르게 등장, 환자와 가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코스모정보통신의 지역정보 포털 사이트인 사이버타운(http://www.Ctown.net)은 지난 22일부터 지역별로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의 연락처 및 현황을 인터넷으로 제공, 환자와 가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이버타운 사이트에 접속해 ‘지역Ctown’을 클릭하면 각 지역별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과 국·공립 병원, 보건기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현재 분만, 수술, 입원, 응급실 등 분야별로 정상적인 진료가 가능한지의 여부를 알려주고 있으며 6대 광역시와 경기, 충남, 경남, 제주지역 진료가능 의료기관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점검

의료B2B2C’ 새로운 BM 찾기 고심
의료 대란… 의료B2B업계 비즈니스 모델 변경·자금난 등 二重苦 초래BM 자체가 사라질 판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의약분업’ 갈등이 조기에 봉합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7월 1일의 의약분업 시행을 전제로 ‘수익성 모델’을 짜냈던 수많은 의료 B2B업체들도 활로 찾기에 적지 않게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고민은 지난 23일 응급실을 지키던 교수들까지 폐업에 동참키로 선언하는 등 의약분업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의료 B2B업계는 정부가 일단 의약분업을 예정대로 강행하되 3개월 이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의료업계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곧 절충안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더 긴장된다”는 반응을 나타내는 쪽도 있다. 의·정(醫·政)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 당초 그렸던 ‘의약분업안’에 대한 밑그림이 수정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료 B2B업계는 정부와 의료업계가 ‘타협안’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의약분업안에 변형이 생기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의료 B2B 모델의 기본 골격이 적지 않게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펀딩에 나서고 있는 의료 B2B업체들은 의약분업안이 백지화되거나 크게 변형될 경우 ‘비즈니스 모델’ 논란이 불거져 시장으로부터 자금조달 라인이 급속히 경색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의료 B2B업체라 하더라도 ‘의약분업’과 밀접한 ‘수익’ 함수 관계에 있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의료정보 제공사업 같이 의약분업과는 애초부터 상관 없는 업체들도 많다. 당연히 의료 B2B업체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 업체들.

특히 ‘처방’과 ‘조제’가 분리되는 의약분업을 예상하고 병원 근처의 약국들과 해당 병원을 묶어 ‘조제 전문약국’ B2B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위드팜’ 같은 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충격의 강도는 다르지만 병원과 약국, 환자를 묶어 전자 처방전 전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종합 의료전문 ‘B2B2C’사업체들도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의료계의 주장을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해 의약분업의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업계의 주장을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하면 ‘임의 조제’ 가능성 여부를 놓고 약사회와 의사협회가 또 다시 맞붙는 ‘2차 의약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약국-환자’를 잇는 전자 처방전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의료B2B2C는 병원과 약국이 환자의 데이터베이스를 정확하게 공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과 약국, 환자를 잇는 전자 처방전 네트워크를 구축, 의료전문 B2B2C 사업을 전개하려 했던 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의약분업안에서 아예 찾지 않으려 하고 있다.

내년 초 사이버병원과 의료전문 ASP센터를 출범시키는 팜텍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병원과 약국, 환자를 잇는 단순한 B2B2C모델로는 의약분업을 전제하더라도 수익성 모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초 의약분업안을 상정하고 B2B 모델을 개발했으나 최근에는 한방약품과 건강식품의 유통, 다이어트식품, 의약품 OEM을 통한 맞춤 서비스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의료 B2B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제는 의약분업과는 상관 없는 의료 B2B2C 모델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의료전문 B2B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는 약 40여개. KTB네트워크가 출자해 만든 메디온을 비롯, 헬스OK(SK상사), 캐어캠프, 페이지원(대웅제약), 팜텍홀딩스, 위드팜, 엠디하우스, 팜벤(숙명여대)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올해 초에 생겨난 전형적인 벤처기업들이다. 이들에게 올 여름은 어느 해보다 뜨겁고 지루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