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려면 지휘를 하라

중앙일보

입력

최근 일본에서는 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가상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중년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양팔을 움직이며 음악에 집중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

도쿄(東京) 긴자(銀座) 야마하 음악사 등 대형 음악서점에서는 댄 칼린스키·에드 구드골드 공저의 〈안락의자 지휘자(The Armchair Conductor)〉가 〈가내 지휘자(家內指揮者)〉로 번역돼 꾸준히 팔리고 있다.

2박자·3박자·4박자 등 기본박자를 젓는 지휘법을 쉽게 풀이한 이 책의 부록은 지휘봉.

〈매직 바톤〉이라는 지휘법 소프트웨어 교재도 나왔다. 도쿄의 뉴재팬필하모닉은 매년 신년음악회를 아마추어 지휘자들의 무대로 꾸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에선 지휘 동작을 응용한 스포츠 요법까지 등장했다.

가정의학 전문의 데일 앤더슨 박사(미네소타 의대 교수)가 개발한 '자밍'(J'Arming : 팔로 하는 조깅이라는 뜻)이 그것. 지휘봉 뿐만 아니라 젓가락·볼펜·스카프·맨손 등을 사용해 음악에 맞춰 양손을 흔들면 ▶심폐기능 강화 ▶자세·유연성 증강 ▶통증과 스트레스 감소 ▶체중 감소 ▶엔도르핀 증가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지휘는 '예술과 에어로빅의 결합'인 셈이다.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평균수명이 보통사람들보다 긴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95세)·아드리언 볼트(93세)·툴리오 세라핀(90세)·피에르 몽퇴·아르투로 토스카니니(89세)·오토 클렘페러(88세)·카를 뵘·브루노 발터(86세)·리하르트 슈트라우스·게오르그 솔티·아서 피들러·에르네스트 앙세르메(85세)·세르지우 첼리비다케·안탈 도라티(82세)·헤르베르트 폰 카라얀·토머스 비첨(81세)…. 80세 이상 장수한 지휘자들의 명단이다.

줄담배와 음주벽으로 유명했던 레너드 번스타인도 72세에 세상을 떠났고 작곡가 중에서도 지휘자를 겸했던 베르디·스트라빈스키는 88세까지 살았다.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이 미국의 전·현직 지휘자 4백37명의 수명을 조사한 결과 보통사람보다 사망률이 38%가 낮게 나타났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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