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파트 입주예정자 개인정보 유출 심각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짓고 있는 S아파트를 분양받아 오는 10월 입주하는 金모(43.회사원.서울 중랑구 면목동)씨는 홍제동의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지난 1일 전화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동호수와 평형을 얘기하며 "아파트를 매매하거나 전세로 내놓을 의향은 없느냐" 고 물었기 때문이다. 1주일 전에도 전화가 와 당황했던 金씨가 "어디에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았느냐" 고 묻자 중개업자는 말꼬리를 흐렸다.

다음달 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또다른 S아파트에 입주하는 吉모(29.주부.서울 노원구 하계1동)씨도 인테리어.이사업체들이 쉴새 없이 전화를 걸어와 밤잠을 설칠 정도다.

吉씨는 "밤 11시에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기 회사 제품선전을 늘어놓는다" 며 "한달된 아기가 전화벨 소리에 자주 깨 며칠전부터 오후 10시만 넘으면 아예 전화 스위치를 빼놓는다" 고 말했다. 吉씨는 "하루에 보통 10통 넘게 전화가 왔는데 사생활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모르겠다" 고 불평했다.

이처럼 서울시내 곳곳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예비 아파트 주민들이 전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 시공회사들은 고객들로부터 불만전화가 쏟아지자 입주 예정자의 신상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됐는지 추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시늉에 그치고 있다.

S건설 고객상담실 관계자는 "부동산 소개업자와 인테리어 업자들을 직접 찾아가 자료입수 경위를 물어 봤으나 제대로 얘기를 안해줘 우리도 답답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소개업자들은 "입주가 임박하면 부동산 소개업체들 사이에 입주 예정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돌지만 처음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고 말했다.

업계 주변에서는 입주 예정자의 자료유출 진원지로 ▶회사 직원▶주택은행 청약실▶대한주택보증㈜▶조합 등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출처 파악을 위해 경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김병수(金兵洙)부장은 "부동산 소개업체 등의 과열 경쟁으로 입주 예정자들이 전화공해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며 "신상정보 유출을 발본색원해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